전문가 “범정부 협의체 대응 필요”
지난 21일 발생한 신림역 칼부림 사건 이후 ‘묻지마 범죄’에 법무부와 검찰도 묻지마 범죄 예방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다. 전문가들은 묻지마범죄에 대한 개념 정립과 관련 사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언론 등을 통해 묻지마 범죄로 알려진 경우 판결문에도 관련 내용이 적시된다.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시스템 등에 따르면 2021년 ‘천호동 묻지마 살인사건’의 경우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는 2021년 12월 이 사건에 대해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해행위를 하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의 경우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큰 불안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이 같은 묻지마 범죄가 확인된 것은 일부다. ‘숨겨진’ 묻지마 범죄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분석조사연구실장은 묻지마 범죄는 “학계에서도 아직 이상동기·무차별·무동기 범죄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어떤 용어를 쓸지 합의가 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숨겨진 범죄가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묻지마 범죄에 적용할 수 있는 처벌법을 따로 만들거나, 명확한 분류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묻지마 범죄의 경우 살인·강간·절도 등과 다르게 동기가 있는 듯 하면서도 없고, 다른 범죄에 비해 발생빈도가 뜸하기 때문에 분류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묻지마 범죄에 가까운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범죄로 분류를 해왔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2022년 1월 19일 묻지마 범죄의 공식용어를 ‘이상동기 범죄’로 명명하고, 체계적인 사례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담당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바 있다. 당시 경찰은 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 내 사건 구분에 ‘이상동기 범죄’ 확인란을 신설해 사례 관리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상동기 범죄라는 개념 자체가 정립이 안 돼 있고, 수사관들마다 주관적으로 입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TF는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기능별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묻지마 사건을 경찰한테만 맡기기보다 범정부적인 협의체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분석조사연구실장은 “무작위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고, 무고한 사람이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하다”며 “고위험군 범죄자 관리를 위한 영국의 다기관 협력제도(MAPPA)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 교수는 “안전문제 범죄가 중요한 정책 우선 순위에 올라가 있지 않고, 미봉책 또는 사이코패스 검사 같은 흥미 위주로 범죄를 다루고 있는게 문제”라며 “이런 사건에 대한 심층적인 공통점을 뽑아 대응하기 위해선 복지부, 지자체 등이 참여한 범정부기관을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영·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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