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는 외침에 손뻗어 시민 구한 화물차 기사
“이러려고 한 게 아닌데…누가 와도 살렸을 것”
[헤럴드경제=정목희·박혜원 기자] “서로 도와가면서 구조했어요. 제가 구한사람이 또 사람들을 구해냈습니다. 누구나 똑같은 행동을 할 것 같아요.”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의인’ 유병조(44)씨는 19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씨의 도움을 받은 사람은 3명. 이 중 남성이 또 3명을 구해냈다. 이 남성은 증평군청에서 일하는 정영석 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재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존자 9명 중 7명이 스스로 도와가며 서로를 살린 것이다.
유 씨는 청주시 자택에서 세종 영리면에 있는 물류 창고를 가기 위해 자신의 화물차를 운전하던 길이었다. 여느 때처럼 7시에 출근한 그는 먼저 출발한 동료로부터 “지금 미호천 둑이 50cm만 물이 더 차면 넘치겠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유씨는 “원평 분기점 나와서 청주역 방면으로 가는 그쪽에는 산사태가 나서 경찰관분들이 나와서 차선 하나를 통제하고 있더라”라며 “근데 미호천은 제방 위로 물이 넘치고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는데도, 통제를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더라”라고 말했다.
궁평2지하차도에 들어선 유씨. 차도에 물이 차오르는건 순식간이었다. 트럭 앞에서 사투를 벌이던 버스 한 대도 결국 시동이 꺼지며 멈춰섰다. 유 씨는 자신의 화물차로 뒤에서 버스를 밀려고 했지만, 버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곧이어 유씨의 트럭도 시동이 꺼졌다. 물은 유씨가 앉아 있는 의자 높이까지 차올랐다. 유 씨는 바닥에 있는 공구를 이용해 유리창을 깨 가까스로 트럭을 탈출했다.
트럭 위로 올라간 유씨 눈에 들어온 건 사이드미러를 붙잡고 있는 여성이었다. 유씨는 “(여성분은) 그냥 축 쳐진 채로 포기하고 있더라. 손을 맞잡아주면 웬만하면 힘을 쓰면서 올라오려고 해야 하는데 그분은 그런 의욕이 없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있는 힘껏 여성을 트럭 위로 끌어올렸다.
살려달라는 소리가 또 들렸다. 트럭 뒤쪽으로 남성 2명이 눈에 들어왔다.
유씨는 “얼굴만 동동 떠있던 사람은 지하차도 물이 꽉 찬 상태에서 차에서 금방 탈출해있었던 사람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스티로폼 같은 부유물을 끌어안은 채 터널 벽에 있는 난간을 붙잡고 있던 남성분은 난간 끝을 붙들고 있던 여성 두 분과 남성 한 분을 구했다”고 했다. 유씨의 손을 붙잡고 목숨을 구한 이 남성이 바로 정영석씨다. 정 씨는 구조 과정에서 손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서로 도와가면서 하니까 더 빠르게 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기분이 어땠냐는 질문에는 “사실 기분 이런 건 느낄 새도 없었고 그냥 눈에 보이면 빨리 아무 생각 없이 끌어올렸다”며 “저 뿐만이 아니고 누가 와도 그런 상황이었으면 저랑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화물차 위로 올라온 유씨를 포함한 4명은 난간으로 향해 가서 매달렸다. 그는 “차 지붕까지 올라가면 난간하고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트럭에서 난간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화물운송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그에게는 침수된 차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 더욱 중요했다. 유씨는 “그런 것보다 우선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창문을 깨고 나왔고 이후에는 사람 살리는 게 먼저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감사하게도 지금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유씨는 갑자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자 “사실 이러려고 했던 게 아닌데, 솔직히”라며 “다른 돌아가신 분들도 많고 한데, 괜히 저만 이렇게 비춰지는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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