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신동윤 기자] 에코프로가 10일 장 중 100만원을 돌파하며 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는 ‘황제주’에 등극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 주가는 오전에 전장보다 3.57% 오른 101만5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이후 다시 90만원대로 내려오면서 종가 기준으로는 전장 대비 1.53% 하락한 96만5000원으로 마감됐다.
에코프로의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에코프로는 지난달 70만원대에서 이달 들어 90만원대로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여왔다.
이로써 이날 에코프로의 시가총액은 26조6000억원까지 올라가면서 코스닥 시총 1위인 에코프로비엠과의 차이가 1조원도 채 되지 않고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비교해서는 이미 코스피 시총 13위인 카카오를 넘어선 데 이어 12위인 네이버(약 32조원)까지 추격 중이다.
이처럼 에코프로 주가가 전망을 완전히 벗어나면서 증권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에코프로가 한국판 ‘밈 주식’에 가까운 성격으로 급등하면서 기업 펀더멘털(기초여건) 측면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주가 흐름을 나타내자, 증권가는 사실상 에코프로 주가 관측을 포기한 모양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에코프로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42만5000원이다. 하지만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7일 기준 에코프로 종가는 98만원으로, 증권가 목표가의 2.3배 수준이다.
목표주가는 증권사가 향후 6개월∼1년 안에 해당 종목의 주가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적정한지를 평가해 산출한 값이다. 따라서 목표주가가 실제 주가보다 낮다면 이론적으로는 현재 주가가 과대 평가돼 있다는 뜻이지만, 현재로서는 증권가가 에코프로 목표주가를 낮게 책정했다기보다 사실상 전망에 손을 놓은 쪽에 가까워 보인다.
에코프로의 주가는 지난달 초 56만2000원(6월 1일 종가)에서 한 달여 만에 98만원으로 74.4% 급등했다. 그러나 이 기간 에코프로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다.
2차전지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에코프로는 개인 투자자들이 오로지 ‘오를 것 같다’는 생각으로 사들이는 밈 주식처럼 돼 버렸다”며 “주가 방향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 리포트를 쓰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도 “에코프로의 주가는 분석의 영역을 이미 넘어간 상태”라며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아무리 시나리오를 돌려봐도 25조원이 넘어가는 시총 규모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에코프로그룹 3형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코프로에이치엔)의 시가총액 합산액이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에 이어 국내 증시 4위 자리에 등극했다. 연초 기록적인 급등세를 보인 뒤 증권가의 잇따른 ‘과대평가’ 진단으로 조정세를 겪었던 에코프로 3형제가 최근 ‘테슬라 훈풍’을 타고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면서다. 이런 과정 속에 에코프로는 ‘황제주’로 불리는 주당 100만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에코프로 3형제의 비상의 밑바탕엔 올 상반기 꾸준한 순매수세를 보인 개미(소액 개인투자자)의 힘이 있었다. 여기에 증권가의 잇따른 고평가 지적으로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세력이 빠르게 유입 중이지만 ‘숏커버링(공매도 투자자가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주식을 사서 되갚는 것)’ 물량까지 증가하며 주가엔 날개를 단 모양새다.
지난 6일 기준 에코프로 3형제의 시총 총합은 53조7423억원이다. 이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전체 종목 중 시총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동의 국내 증시 시총 1위 삼성전자(429조8243억원)를 비롯해 2위 LG에너지솔루션(132조6780억원), 3위 SK하이닉스(84조9579억원) 등 3개 종목만이 에코프로 3형제를 앞섰다.
에코프로 3형제의 시총은 삼성바이오로직스(53조7364억원)를 간발의 차이지만 앞서고 있다. 그 뒤로도 삼성SDI, LG화학, 현대차, 기아, 포스코홀딩스, 네이버, 셀트리온, 카카오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형 종목들이 줄을 이었다.
에코프로 3형제의 시총 총합은 연초(1월 2일·12조5964억원) 대비 4.3배나 커졌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 시총 1위’ 에코프로비엠(27조5311억원) 시총은 연초(9조1346억원) 대비 3배나 커졌고, ‘코스닥 시총 2위’ 에코프로(25조2164억원) 시총은 연초(2조7731억원) 대비 무려 9.1배나 증가했다.
에코프로 3형제가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된 것은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미국 전기차 업체들의 깜짝 호실적 덕분이다. 에코프로그룹 계열사인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지난달 30일 3610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공시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긍정적 재료를 자양분으로 주가를 지금 수준까지 밀어 올린 것은 올해 상반기 꾸준한 순매수세를 기록한 개인투자자 덕분이다. 개미들은 연초부터 전날까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 대해 각각 1조2190억원, 1조6570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에코프로 3형제에 대한 개미들의 관심은 소액주주 수의 급증세로도 확인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3월 31일) 기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소액주주수는 각각 29만7848명, 17만113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연말(12월 31일)과 비교했을 때 각각 32.2%, 56.11% 증가한 것이다. 지난 2021년 연말(12월 31일)로 범위를 넓혀볼 경우 에코프로비엠의 소액주주수는 167.79%, 에코프로의 소액주주수는 87.85%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