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홉향을 2배로 만드는 풀루티 효모를 쓴 ‘카오루 에일’은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묵직하면서도 ‘빵’ 때리는 느낌은 물론 90%가 거품인 ‘산토리 밀코’까지 준비했습니다.”
7일 일본 맥주회사 산토리는 국내 유통파트너인 오비맥주와 함께 서울 용산구에 ‘산토리×야키토리 쿠이신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맛집과 유명 카페가 많아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용리단길’에 있는 산토리 팝업에서는 한정판 카오루에일과 산토리 대표 맥주인 ‘더 프리미엄 몰츠’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일본 맥주로는 6월 24일 문을 연 삿포로에 이어 두 번째 팝업이다.
산토리는 코로나19 엔데믹을 맞아 올여름 싱가포르, 홍콩 등 9개 도시에서 맥주 팝업을 선보인다. 이번에 문을 연 서울 팝업은 미국 LA·뉴욕에 이은 세 번째 팝업 매장이다.
산토리의 더프리미엄몰츠는 체코에서 생산된 프리미엄 보리인 ‘다이아몬드 몰트’를 사용한 게 특징이다. 여기에 맥주를 두 번 끓이는 ‘더블 데콕션’ 제법을 통해 감칠맛을 구현했다. 팝업에서 가격은 더프리미엄몰츠는 9000원, 카오루에일은 1만원이다. 가격은 아사히 등 다른 일본 업체에 비해 10~15% 높은 편이다.
산토리 팝업에서는 홉의 향을 2배로 높인 카오루에일과 더불어 90% 가까이 거품으로 구성된 크리미한 식감의 밀코를 맛볼 수 있다. 밀코는 거품만을 즐기는 체코식 맥주 음용법으로, 입자 하나하나에 향기가 응축돼 섬세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맛본 밀코는 거품의 푹신함이 풍부하게 느껴지면서 마치 우유크림을 연상케 하는 맛이 났다.
또 이곳에서는 라테아트처럼 거품 위에 그림을 그려주는 리플메이커기계가 있어 보는 맛까지 즐길 수 있다.
산토리그룹은 1899년 창립 후 1963년부터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한 일본 오사카 기반 종합주류·음료기업이다. 4만여명의 직원을 둔 연매출 26조원대 회사로, 위스키 애호가들에겐 ‘야마자키’와 ‘히비키’ 등 위스키 제조사로 유명하다. 아사히·기린·삿포로와 함께 일본 4대 맥주회사로 손꼽힌다. 산토리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월평균 100만캔의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과 여름을 맞아 일본 맥주들이 한국 시장에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2019년 반도체 규제 이후 이어졌던, 일명 ‘NO재팬(일본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것)’ 분위기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삿포로가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 연 더퍼스트바 팝업을 이달 23일까지, 이날 문을 연 산토리맥주 팝업스토어는 8월 4일까지 운영(오후 4시~자정·휴무 없음)된다. 아사히는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간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신촌점에서 팝업을 운영한다.
일본으로 가는 한국인 관광객은 물론 일본 맥주에 대한 수요 또한 회복세다. 일본 정부관광국(JNTO)의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12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NO 재팬’ 영향으로 위축됐던 2019년 4분기 58만2960명 대비 66% 늘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 맥주 수입액은 약 633만달러로, 반도체 수출 규제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4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307만4000달러로, 1년 전 대비 866.7% 급증한 상황이다. 여기에 아사히가 국내 출시한 ‘아사이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은 품절 사태까지 빚어지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11일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을 한국 전용상품으로 만들어 출시할 예정이다.
일본 맥주가 회복세이긴 하지만 2019년 이전의 매출 수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편의점 A사에 따르면 올해 1~6월 일본 맥주 매출액은 2018년 상반기 대비 45.3%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로는 159.3% 매출이 올랐지만 여전히 불매운동 이전의 절반 매출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른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18년 기준 7830만달러, 분기별 평균 1957만달러였다. 올해 1분기 일본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148.4% 늘어난 662만6000달러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불매운동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30%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