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선거법 1심 선고 후 파장 확대 양상
사법리스크 악재 속 ‘먹사니즘’ 행보 지속
1당 대표·대권주자로 ‘할 일 한다’ 강조
韓도 민생행보…조만간 당 특위 출범
李·野와 차별화…‘리더십 다지기’ 해석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파장이 날로 확대되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여야 거대 양당의 대표가 ‘민생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여당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 대표 모두 기존에도 앞다퉈 민생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긴 했지만 최근 두 사람의 행보는 배경이 서로 대별되면서 다르게 읽힌다. 이 대표의 경우 현실화된 사법리스크 악재 속에도 의연하게 ‘먹사니즘’ 기조를 이어 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모습이라면, 한 대표는 사법리스크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야당 및 이 대표와 차별점을 분명히 하면서 여당 대표로서의 리더십 구축을 확고히 하려는 행보란 분석이다.
이 대표는 2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국회 근처에서 열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는 이번 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2400대로 떨어지는 등 국내 주식시장의 불안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개미투자자들의 고충을 듣고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기로 당론을 정한 뒤 후속 행보의 성격도 담겨 있다.
이 대표는 주식시장 추이와 경제 상황을 민감하게 읽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과거 스스로 “왕개미까지는 못 되더라도 개미 중에서는 큰 개미”라며 주식 투자 경험을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올해 최저로 떨어졌다고 한다”며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버리고 있다는 뜻인데 이런 상태에서 한국 주가가, 또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나. 근본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지난주 금요일(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이후 이번 주 들어 이 대표의 행보는 실제로 민생경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19일에는 ‘을(乙) 살리기 신문고 상생 꽃달기’에 참석했는데 이 행사는 구조적 갑-을 관계, 불공정거래 관행 등을 해결하기 위해 2013년 설립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핵심 행사 중 하나다. 이 대표는 오는 21일 전국상인연합회와 간담회를 갖고 이어 경기 수원 영동시장을 찾을 예정이고, 다음 주인 27일에는 ‘고교 무상교육’과 관련해 수도권 소재 고등학교에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당 안팎은 물론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형사재판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대표 브랜드이자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가치인 ‘먹사니즘’ 행보를 흔들림없이 이어 가겠다는 의지의 발현으로 해석한다. 여러 건의 형사재판 중 첫 1심 선고에서 ‘대선 출마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차기 대선 주자이자 원내 1당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입지를 계속 다져 나간다는 뜻이 담겼다는 것이다.
여당을 이끄는 한 대표도 민생을 특히 강조하는 점은 같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이번 주중 민생경제 대책 논의를 위해 당 차원의 특위를 띄울 계획이다. 앞서 전날인 19일엔 윤석열 정부 여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한국노총을 찾아 간담회를 가졌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노동 이슈를 좀 경시한다는 오해와 편견을 받아 왔잖나”라며 “그렇지 않다. 저희는 진심으로 근로자의 힘이 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최근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민주당의 판사 겁박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우리는 반사이익에 기대거나 오버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민심에 맞게 변화와 쇄신하고, 민생 챙기겠다는 말씀드린다”고도 강조했다.
사법리스크 문제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야당 및 이 대표와 차별점을 부각하면서 여당 대표로서의 리더십 구축을 확고하게 하기 위한 차원의 행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자체는 한 대표나 여당 입장에서 ‘반길 일’이지만, 이 부분을 강조하는 것만으론 당정갈등 상황에서 위기에 놓인 여권의 반등 동력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 자체의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 해답이 결국 민생에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