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엘리베이터에서 뭐 하는 거야?”
거대한 고글을 쓴 여성의 손이 분주하다. 엘리베이터에 탄 직원들도 깜짝 놀랐다. 황당한 표정으로 주춤거리며 엘리베이터에 탄다.
부산항만공사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의 일부다. 물론, 이는 가상의 제작 영상이다. 비전프로를 암시하듯 고글을 쓰고 만들었다.
재미를 주고자 제작된 영상이지만, 과연 이는 정말 가상의 일일까.
애플의 비전프로가 국내 출시하면서 이미 발 빠른 실제 사용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비전프로를 쓴 채 지하철, KTX를 타는가 하면, 허공에 손을 움직이며 거리를 걷는 모습이다. 위의 풍경이 결코 가상의 모습이 아니란 의미다.
비전프로가 국내 공식 출시하면서 쉽사리 적응(?)하기 힘든 이색 풍경이 국내에서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5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 때문에 대중성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15일 애플이 비전프로를 국내 공식 판매하면서 애플스토어엔 비전프로를 체험하려는 고객들이 쇄도하고 있다. 애플스토어에서 사전 체험 예약을 받고 있으며, 체험은 30분가량 소요된다. 당일 예약은 빈 시간대가 드물고, 전날 예약을 해야 체험이 원활한 수준이다.
국내 출시 이후 이미 유튜브에선 비전프로 체험기도 대거 올라와 있다. 비전프로를 쓰고 지하철 등을 타며 회사에 출근해 봤다는 체험 영상이나, KTX에서 비전프로를 착용한 경험담 등이다.
“지하철에서 비전프로 쓴 사람 봄”, “비전프로 쓰고 출근해 봤다”, “비전프로 쓰고 KTX 타보니” 등의 식이다.
비전프로를 착용한 채 거리를 걷는가 하면, 공원을 산책하기도 한다.
앞서 비전프로가 출시된 해외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진 바 있다. 비전프로를 착용한 채 실외에서 활동하는 사용자들의 목격담이나 후기 등이 SNS를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
심지어 비전프로를 착용한 채 자동차를 운전하는 영상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정부 차원에서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이 영상에선 비전프로를 착용하고서 두 손을 핸들에서 완전히 뗀 채 기기 조작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후반부엔 경찰차까지 등장한다.
이와 관련 미국 교통부 장관은 직접 해당 영상을 언급하며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운전보조시스템은 운전자가 항상 운전을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상영상이 눈 앞을 가리거나 운전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다.
애플도 사용자 가이드 등에서 “자동차나 자전거 등 주의가 필요한 상황에선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전프로가 국내 출시됐지만 영향력엔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499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엔 아직 가격 장벽이 크다는 평가다.
애플 역시 이 같은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비전프로가 대중적 제품이 아닌, 미래의 기술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오히려 ‘B2B’ 영역에 주목하는 분석도 있다. 개인이 구매하기엔 부담이지만, 특정 기업이나 업종이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데에 오히려 수요가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부동산 VR 서비스나 원격의료 서비스, 엔터테크 분야 등이 그 예다. 실제 네이버페이는 최근 아파트 등 부동산 매물을 비전프로를 활용,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 ‘부동산 VR 매물·단지투어’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