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현황 살펴보니
4대 은행 가계대출 ‘목표치’ 달성 실패…최대 18배까지 초과
꾸준한 수요에도 하반기 진입해 ‘늑장대응’…‘대출 중단’ 초래
이인영 의원 “당국의 ‘오락가락’ 대책으로 실수요자 피해 확산”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설정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최대 18배가량 초과해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말까지 되레 대출 잔액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에 이어 ‘대출 중단’이라는 강도 높은 조치까지 시행하고 나선 이유다. 가계빚 관리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대출 경쟁에 몰두하며 이익을 취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 ‘늑장대응’으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은행권에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대규모 신규 가계대출 수요가 몰리며 가계대출 증가율 ‘경고등’이 울렸다. 예상된 흐름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 들어서야 부랴부랴 극단적 대출 관리에 나서며 이자부담 증가, 대출난민 속출 등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주요 시중은행 모두 ‘올해 목표’ 초과해 대출 영업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10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대출 제외)은 총 521조811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8조3552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대 은행이 올해 자체적으로 설정한 목표 합계 증가액(9조3543억원)의 196%로 수준으로 2배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 사별로 살펴봐도 4대 은행은 모두 경영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다.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0.2%로 가장 낮게 설정한 우리은행의 경우 약 18배 많은 4조39억원의 잔액 증가세를 보였다. 신한은행은 주요 은행 중 가장 많은 6조4301억원의 잔액 증가세를 나타내며, 목표치(2.6%)를 2배 이상 웃돌았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또한 각각 목표치 대비 147%, 116% 등의 초과 대출 증가세를 보였다.
데드라인인 올 연말까지 잔액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은행들은 줄줄이 ‘대출 중단’이라는 초강수까지 단행하고 나섰다. 현재 국민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들은 모두 일부 비대면 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하는 등 대출 창구를 닫고 있다. 이에 대출 상환 여력이 충분한 실수요자들에까지 대출 창구가 막히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한 대출금리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 데 이어, 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는 기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은행 ‘늑장대응’에 소비자 피해 확산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늑장 대응’이 소비자들의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주요 시중은행에는 올 초부터 막대한 규모의 가계대출 수요가 몰렸다. 하지만 대출 경쟁에 몰두한 은행들이 뒤늦게 관리에 돌입하며, 대출금리 인상과 대출 중단 등 강도 높은 관리가 시행됐다.
실제 올해 5대 은행의 월별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 신규취급액을 분석한 결과, 1분기 평균 취급액은 ▷19조1000억원 ▷2분기 19조2000억원 ▷3분기 21조2000억원 등으로 큰 폭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은행권은 7월에 들어서야 대출금리 인상 등 조치를 단행하고 나섰다. 이에 상반기에 비해 시장금리가 인하됐는데도 불구하고, 하반기 차주들은 최대 1~2%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의 이자를 부담했다. 제때 대출을 받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와중에 은행은 시장금리 흐름에 따라 각종 정기 예·적금 금리를 인하하고 나섰다. 인위적인 가산금리 조정에 따라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며 은행의 ‘이자장사’ 규모는 커졌다. 대출 목표치를 외면한 경쟁으로 대출 자산이 역대 최대로 쌓인 데다 대출금리까지 상승세를 보이며 은행들은 ‘역대 최대’ 이자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금융당국의 관리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은행들의 이같은 대출 행태가 이어졌는데도, 일관되지 않은 지침이 반복되며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이인영 의원은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가계대출 대책과 은행권의 늑장 대응으로 실수요자와 서민·취약계층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대출조이기에 앞서 실제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에 대한 보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영계획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수립한 것으로 올해 말까지 준수할 계획인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경영계획 수립·관리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환능력 기반 대출 관행 정착을 지속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