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사망 사건에 출생통보제 급물살
의료기관, 지자체 출생 사실 통보 의무화
영아 유기 늘어날 것 우려도
“출생통보-양육 정보 제공 함께 가야”
복지부 출생 미신고 아동 2236명 전수 조사
[헤럴드경제=박지영·김빛나 기자]출산을 한 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영아를 유기, 살해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산모가 출산을 한 의료 기관에 출생 사실 통보를 의무화 하는 ‘출생통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출생통보제 도입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병원 밖 출산 등 부작용을 막을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이를 담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 계류 중이다. 출생이 있었던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출생 사실을 통보하는 제도다. 시·읍·면장은 출생 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미이행시 직권으로 출생기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출생 신고가 되도록 해 복지나 아동 학대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을 막게 하자는 취지로, 윤석열 정부 아동정책 추진 방안 중 하나다.
23일 장경은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이 입장에서 출생등록제를 도입하는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출산과 동시에 출생신고가 되는 것에 대해 부모가 부담을 가지고 아이를 유기하는 등 부작용 우려도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미혼모들은 입양 기관 등에 문의할 때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으려 한다. 향후 결혼 등에 문제가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 “신고가 의무화되면 영아를 버리는 등 분명 그늘진 모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생통보제는 신원 노출을 꺼리는 임산부가 병원 밖에서 위험한 출산을 하도록 내몬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입양을 원할 경우 산모 정보를 익명화하는 보호출산제가 대책으로 함께 발의됐지만, 보호출산제는 아이가 성인이 돼 자신의 부모를 찾을 수 있는 것을 막는다는 문제가 있어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장 교수는 이어 “논란은 있지만 아이가 위험하게 유기·살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베이비 박스’와 같은 기관을 정부가 지원하는 해외사례도 있다”며 “출생 신고 강화로 인한 부작용을 막을 보완 입법이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8월 출생신고를 한 아동에 대해서만 입양이 가능하도록 한 입양특례법 개정 당시에도, 출산 노출을 꺼리는 산모가 늘어 영아 유기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62건, 2011년 127건이던 영아유기 사건 발생 건수는 2012년 139건으로 늘어 2018년 183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다만 2019년 135건, 2020년 107건, 2021년 77건으로 최근 들어 감소 추세다.
출산통보제와 함께 육아 정보 제공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생통보제를 통해 태어남과 동시에 출생 신고를 의무화하고 가정에 아동 지원, 복지 정책 정보를 충분히 알려야 한다”며 “영아를 유기·살해하는 친모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고립됐을 가능성이 크다. 출생 신고-정보 제공이 함께 가야 아이가 유기되는걸 막을 수 있고, 입양하더라도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 또한 “돌봄센터, 지역아동센터, 아동수당 등 다양한 정책이 있는데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부모들이 이런 제도를 더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 중 2015~2022년 신생아 접종정보 등을 토대로 출산 사실은 확인되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아동 2236명을 확인했다. 이중 1%인 23명에 대해 표본조사를 실시하자 최소 아동 3명이 숨지고 1명은 유기가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질병청, 경찰,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임시 신생아번호만 있는 아동을 전수조사해 소재와 안전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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