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공세 대응해 북미에 대규모 투자

2개 공장 추가 건설…1공장 생산능력↑

IRA 기회로 보고 투자 박차·정부 지원도

파나소닉 미국 캔자스주 공장 렌더링 이미지. [파나소닉 제공]
파나소닉 미국 캔자스주 공장 렌더링 이미지. [파나소닉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한국과 중국의 양강구도로 고착화되는 가운데 일본 배터리 업계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반등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이 한국과 중국의 거세지는 배터리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증설에 나선 것. 최근 구스미 유키 파나소닉홀딩스 사장은 “지금은 투자할 때”라며 한·중 기업과 정면 승부를 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최근 배터리 투자를 재정비하고 있다. 그룹의 배터리 자회사 파나소닉에너지는 올해 3810억엔(약 3조6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특히 파나소닉의 투자는 북미에 집중돼 있어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인 한국 업체와의 정면대결이 불가피하다. 파나소닉은 북미에 세 번째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도 검토 중인데, 내년 상반기에는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캐나다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파나소닉은 현재 미국 네바다주(38GWh)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캔자스주를 2번째 공장 부지로 발표했다. 캔자스주 공장은 2026년 말 가동이 전망되며 30~50GWh 규모로 예상된다. 가동 중인 네바다주 공장의 경우 신규 생산라인을 추가해 연간 생산 능력을 약 10% 키울 예정이다.

파나소닉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기회로 보고 있다. 중국 CATL의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현지 진출이 제한적이고, 한국은 그동안 미·중 간 균형을 중시해 왔다는 점에서 파나소닉이 보다 우위에 있다는 계산이다.

전기차 선두 업체인 테슬라와 공고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파나소닉의 강점이다. 파나소닉의 미국 공장에서는 테슬라향 4680 원통형 배터리 등이 생산된다. 4680 배터리는 지름 46㎜, 높이 80㎜로 2170 배터리 대비 에너지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향상된 제품이다. 파나소닉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등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파나소닉은 2030년 3조엔(약 28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중 2조5000억엔을 전기차 배터리로 채운다. 배터리 생산능력은 200GWh까지 키운다.

일본은 한 때 배터리 시장의 ‘퍼스트무버’(선도자)로 꼽혔다. 1990년대 소니를 필두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리튬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했고, 2015년까지 세계 배터리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일본이 자국 시장에 안주하는 사이 한국과 중국이 추격에 성공하면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의 존재감은 쪼그라들었다.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10위권에 일본 업체는 파나소닉이 유일했다. 하지만 3위권이던 지난해와 달리 순위는 4위로 떨어졌고, 점유율도 9%에서 8.2%로 축소됐다. 반면 중국 CATL과 BYD 2개사의 점유율은 52%에 달했고,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3.4%였다.

업계에서는 파나소닉까지 북미 공장 증설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만큼 향후 한·중·일의 배터리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만 제너럴모터스(GM)와 1·2·3 공장(140GWh), 혼다와 JV(40GWh), 현대차와 JV(30GWh), 미시간주 단독공장(26GWh), 애리조나 단독공장(43GWh) 등을 구축 중이다.

SK온은 포드와 켄터키·테네시주에 총 129GWh 공장을 건설 중이며, 현대차그룹과도 35GWh 규모의 북미 JV를 맺었다. 조지아주에서는 단독공장(22GWh)도 운영 중이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32GWh), GM(30GWh)과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중국 CATL은 포드와 미시간주에 35GWh 규모의 JV를 설립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보유한 기술력 등을 감안했을 때 향후 공격적인 증설에 나설 경우 국내 배터리사들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전고체 전지 등 차세대 전지 상용화를 목표로 자국 기업에 막대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