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인정 기간 50개월→60개월 또는 인정 기간 제한 폐지 고려 필요

2008년 출산크레딧 도입 후 2022년까지 4347명 혜택에 불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16년간 약 280조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20년 전의 반 토막인 25만명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사진은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연합]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16년간 약 280조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20년 전의 반 토막인 25만명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사진은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출산크레딧 제도를 통해 0.78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을 개선하려면 현재 둘째 자녀부터 혜택을 주고 있는 제도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민연금연구원으로부터 제기됐다. 출산크레딧은 2008년 이후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입양)한 경우 가입자가 국민연금을 받을 시점에 가입 기간을 추가로 부여하는 제도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출산 행위 발생 시점에 크레딧을 적용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국민연금연구원의 ‘크레딧제도 개선방안’이 발제됐다. 출산크레딧은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출산을 장려하고, 여성 가입자의 연금 수급권 획득 기회를 확대해 연금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2008년 1월 1일 이후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입양)한 경우 출산(입양) 시점이 아니라 가입자가 국민연금을 받을 시점에 가입 기간을 추가로 부여한다.

둘째 자녀는 가입 기간을 12개월 더해주고 셋째부터는 자녀 1인당 18개월을 추가해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해 준다. 출산크레딧의 가입인정 기간을 포함해서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 기간 10년(120개월) 이상을 채우면 출산크레딧 혜택을 볼 수 있다. 둘째 자녀를 낳아서 출산크레딧으로 가입 기간이 12개월(둘째 자녀) 늘어나면 월 연금액은 약 2만6000원(2019년 기준) 증가한다. 특히 다섯째 자녀를 출산하면 가입 기간이 50개월 늘어나 월 연금액으로 10만9240원을 더 받는다.

국민연금연구원 정인영 부연구위원은 “출산크레딧의 효과는 분명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인정 기간이 매우 짧고 수급 시점에 인정해주는 사후 지원방식으로 인해 출산율 제고나 수급자 증가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 명으로 전 세계 최저로 떨어진 상황에서 자녀가 1명인 많은 부모는 현행 출산크레딧 제도에서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서 “출산율을 높이려면 가능한 한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야 하며 이런 출산 장려 정책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출산크레딧을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자녀부터 자녀 1명당 12개월씩 크레딧을 부여해 최대 60개월까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거나 또는 인정 기간 제한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 부연구위원이 제시한 제도 개선안은, 인정소득은 현행과 마찬가지로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A값)의 100%(2023년 현재 A값은 286만1091원)를 유지하되, 출산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보상이므로 출산크레딧 비용은 전액 국고 부담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현재 출산크레딧 운영 재원 중 70%를 국민이 낸 보험료로 조성한 국민연금 기금에서 대고, 국고 부담분은 30%에 불과한데, 이런 재원 충당방식을 대부분의 선진국과 같이 국고 100% 지원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저출산 대책이라는 국가의 정책적 목적을 위해 국민연금 기금을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기금소진을 앞당기는 등 재정 안정성을 해칠 수 있고 전액 국고에서 지원하는 군복무크레딧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는 만큼 출산크레딧은 국가가 일반회계예산에서 전액 책임지는 게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사후 지원방식이 아니라 사전 지원방식으로 고쳐야 한다고 정 부연구위원은 제시했다. 현재 가입자는 출산하자마자 크레딧 혜택을 보는 게 아니다. 애를 낳고 한참 시간이 지나서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 연령에 도달한 시점(2023년 현재 63세)에서야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출산 행위가 발생한 시점이 아닌 장래 연금 수급 시점에 가입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연금 수급권을 획득하지 못한 가입자들은 출산크레딧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또, 2008년 출산크레딧 도입 후 30여년이 지난 2040년 전후에야 연금 수급권을 확보한 수급자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 출산크레딧을 받을 것이기에 현재의 많은 가입자는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한다. 실제 2008년 제도 시행 후 2022년 현재까지 14년간 누적으로 출산크레딧 혜택을 받은 수급자는 4347명에 불과하다. 만약 가입 기간을 지금처럼 연금 수급 시점에 사후 부여하지 않고 출산한 시점에 곧바로 사전에 인정해주면 출산크레딧에 대한 체감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 대부분은 출산 행위 발생 시점에 크레딧을 적용하고 있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