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최대 경쟁사 UBS에 인수된 가운데 랄프 하머스 UBS 최고경영자(CEO)가 크레디트스위스 인수를 성장 기회로 보고 있으며 폐쇄를 위해 인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머스 CEO는 27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시지에서 “크레디트스위스를 단순히 폐쇄하려고 인수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이 거래를 원하지는 않았지만 준비돼 있었고 성장을 가속할 기회로 봤다”고 밝혔다.
CS는 잇단 투자 실패와 고객 이탈 등으로 인해 경영 위기에 휩싸였다가 지난 19일 UBS에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000억원)에 매각됐다. 당시 CS 위기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스위스 연방정부가 신속하게 인수 과정에 개입했다.
당시 스위스 정부는 UBS의 CS 인수 과정에 1000억스위스프랑(약 141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약속하고, UBS가 인수한 자산에서 발생할 잠재적 손실 가운데 90억스위스프랑(약 12조7000억여원)에 대한 보증을 서기로 했다.
또한 크레디트스위스는 UBS의 인수가 결정되기 전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SNB)으로부터 500억스위스프랑(약 71조원)의 유동성을 지원받았기도 했다.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이후 SNB의 요구불예금(예금주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지급할 수 있는 예금)의 잔고는 크게 늘어났다. SNB의 요구불예금 잔고는 직전 주 5150억스위스프랑(약 730조원)에서 지난주 5670억스위스프랑(약 804조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CS와 UBS가 SNB가 제공한 유동성을 사용했다는 뜻이다.
카르스텐 유니우스 J.사프라 사라신은행 이코노미스트는 “SNB의 요구불예금 증가는 CS가 SNB가 제공한 추가 유동성을 사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며 UBS도 이를 이용하고 있을 수 있다"” 말했다.
한편 잇따른 은행 위기로 금융 시스템 불안이 심화되면서 향후 은행 대출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은행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내 기업 대상 대출을 전월보다 30억유로(약 4조2000억원) 줄였다. 전년 동기 대비 대출 증가율은 4.9%로 1월의 5.3%보다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은행권 위기로 인해 가뜩이나 대출을 줄이고 있던 은행들이 더 신중해지면서 대출 감소가 앞으로 수개월 내에 가속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UBS의 CS 인수 과정에서 CS의 신종자본증권(AT1)의 가치가 전액 상각 처리되자, 2500억달러(약 324조원) 규모의 유럽 코코본드 시장에 대한 신뢰가 약해져 유럽 은행들의 대출 비용이 상승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금 인출 사태에 직면한 은행들이 예금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이들에는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따라서 대출자들에는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ECB 관계자들은 은행들의 대출 감소가 과거 통화 긴축 시기보다 더 가팔라서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유로존 경제가 예상보다 더 회복력이 있다는 징후도 있다. 지난 24일 발표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이번 달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수 예비치는 54.1로 2월의 52.0보다 상승했다. 10개월 내 최고치다.
WSJ는 “제조업 경기가 양호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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