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비대위 부른 ‘이준석 사태’…친윤계 룰 변경에도 영향
나경원·유승민 불출마…선거 개입 의혹 번진 ‘윤심 논란’
이준석의 화려한 복귀…‘당심 100%’에 역대 최고 투표율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8일 새 지도부를 선출하며 막을 내렸다. 이번 전대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약 한 달에 불과했지만 사실상 8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로 정권 교체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당 내 갈등이 터져나오며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출발을 했는데, 그 만큼 전대 과정에서도 전례 없는 사건이 쏟아졌다.
‘이준석 사태’에 비대위 구성만 2번
국민의힘 지도부는 주요 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 초반을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보냈다. 통상 비대위는 선거에 패배한 야당에서 구성된다는 점에서 집권여당의 비대위 출범은 매우 이례적인데, 심지어 총 2번이나 꾸려졌다. 그 배경에는 이준석 전 대표에게 제기된 ‘성상납 의혹’을 계기로 분출된 내부 갈등이 있었다. 2021년 6월 ‘헌정사상 첫 30대 당대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임기를 시작한 이 전 대표는 대선을 거치며 당 주류와 갈등이 불거졌다. 그가 이끄는 지도부는 성상납 의혹이 제기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지난해 7월 이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의 ‘당원권 6개월 정지’ 결정이었다. 당대표의 직무정지 사태에서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직을 내려놨고, 김재원·배현진·조수진·윤영석·정미경·한기호 최고위원이 줄지어 사퇴하며 최고위 9명 중 7명이 공석이 됐다. 친윤계는 이를 당헌·당규상 기재된 비대위 전환 요건인 ‘당대표의 궐위’와 ‘최고위원회의 기능 상실’에 부합하다고 보고 비대위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의혹을 부인해 온 이 전 대표는 수 차례의 가처분 신청을 통해 비대위 전환에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법원은 8월 주호영 비대위 체제에 대해서는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며 주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켰으나, 뒤이어 출범한 정진석 비대위에 대해서는 “실체적, 절차적 하자가 없다”며 10월 가처분을 기각했다. 약 3개월간 이어진 내홍은 당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 대해 ‘당원권 1년 정지’ 추가 징계를 의결하며 종료됐다.
친윤계 당권주자 교통정리
차기 당대표에 대한 관심은 비대위가 안정을 찾으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원내에서는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주호영·권성동 의원이, 원외에서는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 거론됐다. 특히 친윤계에서 김기현·권성동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며 당의 관심은 교통정리에 쏠렸다. 두 의원 모두 레이스를 완주할 경우 친윤계 표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친윤계 후보는 결국 김 의원으로 압축됐다. 권 의원은 올해 1월 초 “대통령의 최측근이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당의 운영 및 총선 공천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는 당원의 우려와 여론을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권 의원이 적극적으로 출마를 준비했던 만큼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 사이 김 의원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과 김장연대를 띄우며 친윤계 지지를 흡수했다.
당권주자 모색 과정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차출론도 나왔으나, 한 장관이 일축하면서 사그라들었다. 한 장관 지난해 12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문에 “저는 지금까지 부족하지만 법무부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 해 일해 왔다"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당권주자로 거론됐다.
‘당심 100%’ ‘결선투표제’ 전대 룰 변경
연말이 다가오면서 전대 국면이 본격화하자 친윤계에서는 ‘7대 3’인 당원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중을 ‘9대 1’ 또는 ‘10대 0’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반국민 여론조사는 2004년 박근혜 대표를 선출했던 전대에서 정당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였다. 친윤계는 표면적으로 야당 지지자의 역선택이 우려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당원투표 비중이 늘어날수록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다. 반면 안철수·윤상현 의원과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은 기존 룰을 유지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친윤계의 움직임이 당시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대표 적합도 1위였던 유 전 의원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겪은 내홍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친윤계에 유리한 판을 짠다는 해석이다. 유 전 의원은 룰 변경 논의를 “삼류 코미디”라고 비판했으나, 비대위는 결국 친윤계 손을 들어줬다. 당원투표 비중을 100%로 확대할 뿐만 아니라 과반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치르는 방안이 담긴 당헌·당규 개정안이 의결됐다. 국민의힘이 당대표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건 전신 정당을 포함해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단일화 효과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또 비대위는 6개월인 비대위 임기(3월12일 종료)를 고려해 5~6월인 전당대회 시점도 3월 초로 앞당겼다.
나경원·유승민 불출마…터져나온 ‘윤심 논란’
친윤계 후보 간 교통정리가 이뤄질 당시 나왔던 윤심은 올해 초 ‘나경원 사태’를 계기로 논란으로 비화했다. 유력 당권주자인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 장제원 의원과의 갈등 끝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통령실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당무 개입’ 비판이 나왔다.
발단은 당대표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던 나 전 의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헝가리식 출산 장려책’이었다. 이를 대통령실이 고위 참모진의 실명 브리핑을 통해 이례적으로 반박하면서 불출마 압박 신호로 해석됐다. 이어진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의 ‘공직을 맡으면서 당직 선거에 출마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실었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 직책에 사의 표명했으나, 대통령실은 그를 저출산고령사회위와 기후환경대사직에서 전격 해임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장 의원은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며 반윤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나 전 의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설전을 벌였고, 대통령실은 “(해임은)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는 나 전 의원의 메시지에 또 한번 이례적으로 반박 입장을 냈다. 친윤계를 주축으로 초선의원 50명이 이름을 올린 나경원 비판 연판장도 윤심 논란을 가속화했다.
이를 지켜본 유승민 전 의원은 1월 말 페이스북을 통해 “충분히 생각했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 오직 민심만 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총선에서 중도 확장에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2월에는 안철수 의원과 대통령실이 ‘윤안연대(윤석열·안철수 연대)’ 표현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대통령실의 메시지에 이어 급기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직접 국회를 찾아 안 후보를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장 의원과 통화 사실을 알리며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의 균열을 주장한 안철수 선거캠프의 김영우 전 의원도 국민통합위 위원에서 전격 해촉됐다. 당 안팎에서는 “안철수 후보는 윤심이 아니라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 의혹은 투표 마지막날까지 이어졌다. 최근 대통령실 소속 행정관이 일부 당원들에게 김 후보에 대한 ‘홍보 전파’를 요청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다. 안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전대가 끝나더라도 당차원에서 이 사건 진실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 후보 측은 의혹과 관련해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며 전대 후유증을 예고했다.
‘천아용인 지원사격’ 이준석의 화려한 복귀
이준석 전 대표는 당대표 및 일반·청년최고위원 후보에 출마한 개혁 보수 성향의 ‘천아용인’의 지원을 자처하며 화려하게 여의도 정계에 복귀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한 ‘천아용인’ 홍보부터 선거운동 방식까지 직접 세부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응원단장 출신인 이기인 후보를 전면에 내세운 천아용인 후보들의 율동 영상도 이 전 대표의 아이디어다. 그의 지원 속에 당대표 후보인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정치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막후에 머무르지 않고 전면에 나선 이 전 대표의 활약은 ‘친윤 대 비윤’ 선거 구도가 자리잡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자서전인 ‘거부할 수 없는 미래’ 출간에 따라 전당대회 이후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가 수치로서 확인되면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재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1위 김기현 ‘울산 의혹’
당권 경쟁이 과열되면서 당권주자들이 받은 ‘상처’도 적지 않았다. 특히 김기현 의원은 후반부로 갈수록 여론조사에서 1강 자리를 굳히면서 다른 후보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 과정에서 과거 민주당에 제기한 ‘울산 토건비리 의혹’이 다시 고개를 들었고, 당대표 후보 TV토론의 주요 주제로 떠올랐다.
이는 김 의원이 울산시 고문변호사로 재직 중이던 1998년 2월 매입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구수리의 임야 약 3만5000평이 KTX울산역 역세권으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김 의원의 영향력 행사가 의심된다는 의혹이다. 황교안 전 대표는 이 의혹을 꺼내들며 선거운동 기간 내내 김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고, 안철수 의원과 천하람 위원장도 가세했다. 급기야 민주당도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추가 의혹 제기에 나섰다.
의혹을 반박해 온 김 의원은 국가수사본부에 안 의원과 황 전 대표, 양이원영·황운하 민주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수사의뢰한 상태다. 이를 놓고 당 내에서는 “같은 당끼리 싸우다 민주당에게 꽃놀이패를 쥐어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55.1% 역대 최고 투표율 기록
전당대회 최종 투표율은 역대 최고치인 55.10%를 기록했다. 전체 책임당원 83만7236명 중 46만131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4~5일 진행된 모바일 투표에서 이미 직전 최고치를 뛰어넘은 47.51%을 기록했다. 직전 최고 기록은 ‘이준석 돌풍’으로 흥행도가 높았던 2021년 6월 전당대회로, 당시 최종 투표율은 45.36%다.
당 내에서는 이번 전대 결과를 통해 84만명 가까이 늘어난 당원들의 정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2021년 6월 전당대회 이후 이준석 사태와 2022년 대선·지선을 거치면서 당원 수가 급증했는데,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늘어난 청년 당원(약 10만~20만명 추산)을 제외한 나머지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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