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최고의 클래식 공연

정명훈ㆍ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조성진,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마에스트로 정명훈, 세계적인 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한국 클래식 계의 스타 조성진이 여섯 번의 공연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임세준 기자
마에스트로 정명훈, 세계적인 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한국 클래식 계의 스타 조성진이 여섯 번의 공연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성진이는 열세살 때 처음 봤어요. 어느 호텔에서 였나. 짧은 곡 하나를 쳤는데, 어린 아이가 잘하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음악적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면서 치는 걸 보고 많이 놀랐어요.” (정명훈)

마에스트로 정명훈(70)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한국 클래식 계의 슈퍼스타 조성진(29)과의 국내 공연을 앞두고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가진 간담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올 상반기 가장 ‘핫’한 클래식 공연의 주역들이다. ‘세계적인 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아시아에서 다른 어떤 나라로도 향하지 않고, 오직 한국에서만 여섯 번의 공연을 한다. 드레스덴 최초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2012년부터 인연을 맺은 정명훈의 일흔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서다.

‘주인공’ 정명훈은 자신의 이야기 풀어놓는 대신, 옆자리에 앉은 조성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기 우리 젊은 친구 성진이”라며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에이드리안 존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대표, 마에스트로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왼쪽부터) / 임세준 기자
에이드리안 존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대표, 마에스트로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왼쪽부터) / 임세준 기자

14년 전, 지휘자와 연주자로의 첫 만남

두 사람이 지휘자와 협연자로 처음 만난 것은 조성진이 중학교 3학년 때다. 오래 전의 일인데도 기억은 생생하다. 정명훈은 “솔리스트와의 콘서트 중 가장 콘체르토를 많이 한 사람이 조성진”이라며 “그 어린 아이가 이렇게 어른이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2009년에 운 좋게 선생님 앞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같이 연주해주셔서 너무나 큰 영광이었어요. 그런데 안 좋은 점은 제가 그 당시에 오케스트라와 콘체르토를 할 경험이 없었는데 선생님과 연주하고 나니 기준이 너무 높아졌어요. 그게 오랫동안 힘들었어요.” (조성진)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만남이었다. 조성진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정명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한국에 오기 직전인 지난 달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먼저 협연을 가졌다. 정명훈과 조성진이 국내에서 한 무대에 서는 것은 2018년 12월 이후 4년여 만이다.

“드레스덴 단원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줬어요. 열세 살 때 처음 만났는데 이렇게 어른이 됐다고. 같이 연주하면서 얼마나 흐뭇하고 자랑스러웠는지 몰라요. 나이가 들면서 좋은 점은 우리나라의 젊은 연주자들이 내가 했던 것보다 10배는 더 잘하는 모습을 본다는 점이에요. 다들 이렇게 꾸준히 발전하며 잘하고 있구나. 그 중에서도 성진이는 뛰어나게 잘하고 있고요. 드레스덴에서도 성공적으로 잘했어요.” (정명훈)

조성진의 공연을 보기 위한 인파는 드레스덴에도 이어졌다. 에이드리안 존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대표는 “드레스겐 공연에서 조성진의 연주를 보기 위해 굉장히 수많은 소녀팬들이 찾았다”며 “한국에서 유럽보다는 상대적으로 젊은 청중들을 만나게 될 것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 세계적인 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한국 클래식 계의 스타 조성진과 여섯 번의 공연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임세준 기자
마에스트로 정명훈, 세계적인 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한국 클래식 계의 스타 조성진과 여섯 번의 공연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임세준 기자

“조성진,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겸손”

조성진이 협연하는 공연은 오는 3일 롯데콘서트홀부터 4일 아트센터 인천,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레퍼토리가 조금씩 다르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을 연주하고, 인천에선 슈베르트와 베버 대신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7~8일에는 브람스 교향곡 전곡 연주로 관객과 만난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유튜브에서만 검색해도 조성진의 연주가 무수히 많이 나온다. 그는 “이 곡은 열여섯 살 때부터 쳤던 곡이고, 정명훈 선생님과는 파리, 일본 등지에서 10번 정도 함께 연주한 곡”이라며 “너무 유명한 곡이라 부담이 되지만, 유명한 연주일수록 어떻게 더 특별하게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 보단 내가 생각하는 음악의 본질에 대해 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제가 음악할 때 기피하는 것은 두 가지예요. 내 음악이 완성됐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발전은 없다고 생각해요. 또 연주할 때는 ‘어떻게 하면 잘 치게 들릴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세준 기자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세준 기자

1974년 한국인 최초로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정명훈은 점차 피아니스트에서 지휘자로 활동 영역을 옮겨갔다. 지난 수십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거장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내한할 때마다 정명훈의 이름을 언급하며 친분과 존경을 전한다. 이달 말 한국을 찾는 체코 출신의 차세대 거장 지휘자 야쿠프 흐루샤는 “지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지휘자 중 한 명은 정명훈 지휘자”라며 “그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조성진을 비롯한 젊은 연주자들의 약진은 상전벽해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정명훈은 “성공할수록 겸손함을 지키며 사는 것은 무척 힘들고 중요한 일이다. 조성진은 15년 전과 같이 지금도 그런(겸손한) 길을 잘 가고 있다”며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 겸손함이 음악에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K팝, 영화가 놀랄 만큼 성공하고 있어요. 클래식 음악도 짧은 시간에 이만큼 왔다는 것이 무척 놀라워요. 한국 클래식은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어요. 드레스덴 같은 훌륭한 악단이 한국에서만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우리가 그런 수준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어요.”

에이드리안 존스 대표(왼쪽)는 정명훈에 대해 “일일이 지시하는 스타일이라기 보다 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공간과 여백을 만들어주는 지휘자다. 단원들이 정명훈 지휘자를 굉장히 존경하고 대부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에이드리안 존스 대표(왼쪽)는 정명훈에 대해 “일일이 지시하는 스타일이라기 보다 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공간과 여백을 만들어주는 지휘자다. 단원들이 정명훈 지휘자를 굉장히 존경하고 대부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 “정명훈, 드레스덴 단원들에게 대부같은 존재”

올해로 475주년을 맞은 독일 관현악의 절대 강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정명훈의 인연은 깊다. 2001년 처음 인연을 맺었고, 수석 객원 지휘자로서 21년째 함께 하고 있다.

에이드리안 존스 대표는 정명훈에 대해 “일일이 지시하는 스타일이라기 보다 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공간과 여백을 만들어주는 리더십을 보여준다”며 “그 안에서 맥박을 살려주는 음악을 들려주니, 연주자와 지휘자 사이에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단원들이 정명훈 지휘자를 굉장히 존경하고 대부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명훈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20여년의 시간을 함께 하니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됐고, 잘못된 일이 있거나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내한에서 정명훈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자신의 시그니처인 브람스 전곡을 연주한다.

“전 50세가 넘어서야 브람스를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긴 시간 음악을 하면서 느낀 건 시간의 중요성이에요.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브람스와 같은 거장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그만큼의 세월을 살고 보니 이해와 여유가 생겼어요. 클래식 음악의 가치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긴 시간 들여다볼수록 의미가 깊어진다는 데에 있어요. 그래서 클래식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음악이에요.”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