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시법 시행령 개정하기로

용산 대통령실 인근 도로의 집회를 금지·제한할 수 있도록 한 집회·시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 심의를 통과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위는 집회 금지·제한 조치 시 사유를 정기 보고하도록 하는 일종의 ‘제동 장치’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집회·시위 금지 제한을 남용해 국민의 집회·시위 자유가 과도하게 위축될 것을 우려한 조치다.

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내 최고 심의·의결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는 전날 정기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금지·제한 조치 사유를 분기별로 경찰위에 보고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번에 새롭게 주요도로로 지정된 대통령실 인근 도로(이태원로·서빙고로)뿐 아니라 시행령 상 모든 ‘주요 도로’에서 집회 시위 금지·제한할 경우 그 사유를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경찰위 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초 2014년 개정 이래로 한 번도 안하던 주요도로 개정을 왜 대통령실이 이전한 다음 하느냐가 위원들의 문제의식이었다”며 “앞으로는 3년 단위로 주요도로를 다시 정하는 일몰제와 함께 사유 보고를 하도록 해 제지할 수 있는 장치를 뒀다”고 말했다.

다만 집회시위 금지 조치가 이뤄진 사후에 분기별로 보고가 이뤄지는 데다 경찰위의 ‘권고’에 불과해 실효성에 의문 부호도 달린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무슨 처벌 규정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령인 국가경찰위원회 규정에 따라 위원장은 경찰공무원에게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문이 있기 때문에 구속력은 충분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교통 방해가 우려될 경우 집회·시위를 금지·제한할 수 있는 장소인 ‘주요 도로’에 대통령실 인근 도로인 ‘이태원로’와 ‘서빙고로’ 등을 포함하는 내용의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부산 해운대 해변로, 광주 상무대로 등 신규 도로 11개가 주요 도로에 추가됐고, 최근 5년 간 집회·시위가 개최되지 않거나 교통이 과거에 비해 원활해진 기존 도로 12개는 주요도로 지정에서 제외했다.

경찰은 최근까지 대통령실 앞 집회 시위 금지 통고를 내리며 ‘대통령 집무실 인근 100m 이내’라는 집회 금지 사유를 들었다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곤 했는데, 이제는 금지 조치의 정식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경찰위는 당초 지난해 11월 이 집시법 시행령이 처음 안건으로 올라왔을 때는 ‘집회 시위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 우려’를 이유로 들어 수정해서 다시 상정하라는 ‘재상정’을 의결한 바 있다.

배두헌 기자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