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가진 것은 적고, 몸이 불편해도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풍요로운 이들이 있다. 어려운 사정에도 이웃을 위해 큰 돈을 기부한 노인들의 이야기가 사회에 귀감을 주고 있다.
26일 대한노인회 의정부시지회는 최동복(89) 씨가 전 재산 4000만원을 경로당 활성화를 위해 써 달라며 기부했다고 26일 밝혔다.
최 씨는 의정부동에서 15년간 파지를 주워 판 돈으로 혼자 생활해 왔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그동안 자신보다 더 힘들게 사는 이웃 7∼8명에게 남모르게 매달 30만원을 지원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아끼고 절약해 모은 돈 4000만원을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대한노인회 의정부시지회에 전달했다.
그는 김형두 지회장이 1500만원을 기탁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는 얘기들 듣고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지난 11일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기부하면서 "경로당 활성화를 위해 잘 사용해 주길 바란다"며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여유가 생기면 또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지회는 이 기부금을 노인 삶의 질 향상과 청소년 장학금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고령군 대가야읍에 거주하는 한일선(84·여) 씨가 대가야읍사무소를 찾아 고인이 된 며느리와 파지를 주워 모은 돈 1000만원을 어려운 이웃에 써달라고 기부했다. 한 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문화에 동참해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포항시 오천읍행정복지센터에 손칠선(83) 씨가 10년간 파지와 공병을 팔아 모은 돈 10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청각장애를 앓으며 찾아오는 가족도 없이 3~4평 남짓한 단칸방에 혼자 생활하고 있었지만 이웃 사랑에 있어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손 씨가 기부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부터다. 20여 년 전 아내와 이혼 후 수년간 술독에 빠져 살다 건강이 악화돼서야 정신을 부여잡고 파지와 공병을 줍기 시작했다. 이 당시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자고 마음을 먹고 돈을 차곡차곡 모으기 시작했다.
손 씨는 “유년 시절 부모님을 일찍 여의며 배고픈 시절을 보냈고 지금도 형편이 넉넉지는 않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기부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생활비를 아껴 차곡차곡 모아 또다시 기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에는 기초수급 장애인 부부 이대성(71) 씨와 황정숙(59) 씨가 파지를 모아 번 돈 100만원을 준법생황을 하는 보호관찰 청소년 5명을 위해 기부했다. 그들이 지금까지 기부한 돈은 4000만원이 넘는다.
이 씨는 어릴적 소아마비를 앓아 지금도 거동이 약간 불편하다. 부인인 황 씨도 정신지체 장애인이다. 이들이 파지를 주워 버는 돈은 하루 2만 원 남짓. 그럼에도 이들 부부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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