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례 투표에도 하원 의장 선출 실패…1859년 이후 처음

매카시, 의장 해임권 양보에도 프리덤코커스 설득 못해

美 언론 “공화당, 수권 능력 없는 것 보여준 꼴” 비판

크루그먼 “MAGA가 미국을 위대함에서 멀어지게 한다”

미 하원의장에 도전한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의원이 7번째 투표에서도 하원의장 선출에 실패하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
미 하원의장에 도전한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의원이 7번째 투표에서도 하원의장 선출에 실패하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케빈 매카시에겐 더이상 내어줄 것이 없다. 그는 존엄성을 포함한 모든 것을 포기했지만 (그의 실패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충분치 않다.”

사흘 동안 지리하게 이어진 11차례의 투표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를 하원의장으로 선출하는 데 실패하자 민주당의 짐 맥거번 하원의원은 냉소적인 말투로 공화당의 내분을 비웃었다.

미국 하원은 3~5일(현지시간) 11차례 투표에도 의장 선출에 실패하며 1859년 이후 최장·최다 의장 선출 투표 기록을 세웠지만 결국 의장 선출에 실패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후보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222석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장 선출에 필요한 과반(218표) 획득에 번번이 실패 했다. 그는 7~8차 투표에선 201표, 9~11차 투표에는 200표에 그치면서 오히려 지지 의원을 잃었다.

프리덤 코커스로 불리는 친 트럼프 강경파 의원들은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지나치게 온건하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지며 반란을 이어가고 있다. 매카시 원내 대표는 의장 해임안 전출 요건을 5명에서 1명으로 낮추고 운영위원회에 강경파 의원들을 배정하겠다며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이들은 매카시 원내대표의 신뢰성을 이유로 거부했다.

매카시 원내 대표는 공화당의 하원 의장 후보 교체에 선을 긋고 있지만 그의 정치적 지도력은 이미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의 폴 케인 의회담당 국장은 “3일간의 정치적 허무 끝에 매카시 원내대표는 약간의 조력을 얻었지만 이미 많은 양보를 했고 그 양보는 하원 의장 직책을 통해 정치적 유산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매카시는 보건복지위원회를 원하는 앤디해리스 하원의원이나 국토안보위원회를 원하는 마크 그린 하원의원 등 경쟁자들에게 상임위원”장 자리를 넘겨줘야 할 수 있다”면서 “그는 하원의장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희석시키는 양보를 해야만 그 직책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정치적 교착이 매카시 원내대표 뿐 아니라 공화당의 정치적 실패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리처드 필데스 뉴욕대 법학과 교수는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이 처음으로 보여준 행태가 의장선출 실패라는 점은 이 정당이 통치는 고사하고 스스로를 관리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보 통신의 발달을 통해 가짜뉴스와 증오 표현이 힘을 얻으면서 공화당의 개별 의원들은 소액기부자로부터 선거 자금을 쉽게 동원할 수 있게 됐다”며 “이들은 당 지도부의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보다 이념적으로 도취된 유권자들을 위해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즈(NYT)는 “하원의 이러한 광경은 공화당원들이 입법을 통한 성공보다 입법 방해 행위에 더 능숙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인 짐 조던 하원의원은 공화당이 선호하는 법안이 민주당이 점거한 상원을 통과하거나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을 뚫고 입법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화당의 주요 임무는 의회가 지난달 제정한 거대한 연방 정부 지출 법안을 다시는 통과 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공화당의 분열이 민주당에게도 ‘강 건너 불구경’일 순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유주의자(민주당)들은 미국 정부가 기능할 수 있기를 원한다”며 “이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운영하더라도 정식으로 구성된 하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법 성과보다 자유주의자들을 모욕하는 데 집중하는 트럼프 주의자들은 정부 부채 한도를 높이는 데 동의할 가능성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이 아이러니 하게도 미국을 위대함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