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동거녀 살해 혐의 구속된 이기영
‘머그샷’ 공개 거부…과거 증명사진만 공개
네티즌 “현재 모습과 달라” SNS 신상털기도
경찰청 인권위, 관련 법령 재검토 방침 시사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신상이 공개됐지만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기영이 체포 후 촬영된 최근 사진(머그샷) 공개를 거부하면서 현재 모습과는 차이가 있는 과거 운전면허증 사진만 공개됐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기영의 SNS 등 ‘신상털이’까지 나섰다. 신분증 사진이 실제 모습과 달라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나 범죄 예방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머그샷 공개 관련 규정 및 법령 재검토를 시사했다.
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소관 법령 제·개정 및 정책·계획 등에 대한 인권영향평가 자문 기구인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이달 열릴 첫 회의에서 중요 범죄자 신상공개 관련 사안 논의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피의자의 신상공개가 결정되더라도 현재 모습이 담긴 ‘머그샷’은 피의자가 거부할 경우 공개할 수 없고, 신분증 증명사진만을 공개하고 있다.
이를 고치기 위해 중요 피의자 신상공개를 규정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등 두 법에 대한 개정을 논의하고, 행안부와 법무부의 유권해석 재요청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 인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된 바는 없다”면서도 “이달 회의에서 신상공개 관련 이슈가 안건으로 올라오고, 머그샷 공개를 강제하는 쪽으로 흘러간다면 결국에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다만 “머그샷 공개를 강제하라는 국민 여론이 상당한 것을 잘 알고 있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경찰에 이미 붙잡힌 상태라 추가 범행 우려가 있는 게 아니고,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 등을 완전히 무시하긴 곤란하지 않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현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 범죄자 신상공개 때마다 논란이 되는 머그샷 공개 관련 법령 및 규정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결코 손쉽게 결정내릴 문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기영은 지난달 2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도 겨울 점퍼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도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향후 경찰 수사가 마무리돼 검찰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이기영이 포토라인에 섰을 때도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려고 한다면 제지할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 신상이 공개된 강력 범죄자 중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6)의 경우만 검거 이후 새로 촬영한 이른바 ‘머그샷’이 공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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