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김현일 기자] 이른바 ‘땅콩 후진’ 사태를 낳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비난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8일 저녁 대한항공이 뒤늦게 사과문을 내고 대응에 나섰지만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보도자료에서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항공기를 제자리로 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다”며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하다고 해명해 비난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조현아 부사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 회사 차원에서 해명자료를 낸 점도 상황을 오히려 더 악화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대한한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9일 성명서를 내고 “조 부사장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사측은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회사는 사과문에서 조 부사장의 중대한 과실을 덮으려고 승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종사 노조는 “책임은 부사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객실사무장이 기장에게 ‘게이트로 리턴해야 한다’고 보고하도록 지시한 조 부사장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장이 ‘객실에 문제가 있어 게이트로 돌아가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 리턴한 것은 절차에 따라 이뤄진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해외 언론들도 이번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AFP통신은 ‘땅콩 사태로 대한항공 부사장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Korean Air VP under fire over nuts incident)’며 조 부사장을 둘러싼 논란을 소개했다.
영국 가디언도 “땅콩 분노 사건을 일으킨 대한항공 임원(조현아 부사장)이 법적 조치에 직면했다(Korean Air executive could face legal action following nuts-rage inciden)”는 제목으로 ‘땅콩 후진’ 논란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조현아 부사장은 현재 자사 기내서비스와 호텔사업을 맡아 그룹의 종합관광서비스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한진그룹 3세 경영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1남 2녀 중 장녀인 조 부사장은 1살 터울의 남동생 조현태 대한항공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 부사장과 9살 아래 여동생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보다 먼저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부에 입사한 이후 줄곧 항공서비스와 관련된 분야를 맡아 왔다.
이번 일로 지난해 한 대기업 임원이 대한항공 승무원을 폭행하며 촉발됐던 ‘라면 상무사건’ 당시 조 부사장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조 부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승무원 폭행사건 현장에 있었던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 지 안타깝다”면서 “그러나 승무원들의 업무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와 위로를 받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어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 조항도 이 기회를 통해 마련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항공기의 안전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행위가 발생해도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우리의 노력은 정당하게 인정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조 부사장은 전공을 살려 호텔사업에서도 행보를 넓혀 왔다.
여동생 조 전무와 달리 그동안 대외활동에 잘 나서지 않았지만 최근 호텔사업을 강화하면서 언론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9월에도 호텔 개관 기자회견에 등장해 호텔사업의 확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조 부사장은 칼(KAL)호텔네트워크의 대표로 제주 칼호텔과 서귀포 칼호텔, 하얏트리젠시인천, 하와이의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윌셔그랜드 호텔 등 6개 호텔 경영을 맡고 있다.
앞서 조 부사장은 지난해 대한항공 미주지역본부로 인사 발령 받고 나서 하와이로 출국해 쌍둥이를 출산했다. 이후 원정출산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 3명을 악성댓글을 작성했다는 이유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했다가 취하했다. 조 부사장은 당시 “전근 발령이 난 후 출산을 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