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원 배달료 부담 홈쿡 선회
소비자물가지수 4개월째 5%대
고물가 시대에 ‘집콕’ 월드컵 응원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치킨이나 피자를 배달시켜 지인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통상적 풍경이지만, 1인 가구들 사이에선 수천원에 달하는 배달료 부담 등에 절약을 실천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 한국 대 가나 경기 당시, 1인 가구 김모(23)씨는 배달앱을 뒤적이다 마음을 접었다. 2만원에 가까운 치킨 가격에, 배달료 4000원을 더하니 차마 결제할 마음이 들지 않아서다.
김씨는 “대신에 오래 전에 사두고 냉동실에서 얼어가던 윙봉을 데워 분위기를 내 ‘냉파(냉장고 파먹기)’를 실천했다”고 했다.
‘냉파’란 냉장고의 음식재료를 소진할 때까지 장보기를 최소화하는 절약 방법을 이르는 신조어다. 역대 최악으로 불리는 고물가 시대에 유행하고 있는 ‘불황형 소비’의 일종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5.0% 올라 4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외식물가가 8.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치킨·피자 프랜차이즈들도 일부 품목에 대해 올해 들어 최대 2000원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반면 1인가구의 소득은 오르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경기도가 발표한 2022 경기도 1인 가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 가구 월평균 가구소득은 100만원 미만 36.6% 이며, 100만~200만원 23.9% 등으로 200만원을 벌지 못하는 1인가구가 60.5%에 이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전인 2019년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 비중 59.5%에서 1.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월드컵 기간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냉파에 성공했다”며 식단을 인증하거나, 서로를 독려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가나전 당시엔 “지난 축구 경기 때는 서둘러서 치킨을 준비하고 기다렸지만, 오늘은 남아있던 쪽파, 계란을 활용해 전을 부쳐서 저녁과 안주를 해결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모(28)씨는 오는 3일 밤 열리는 조별리그 3차전 한국 대 포르투갈 경기 때도 절약을 실천할 계획이다. 김씨는 “200만원을 넘은 월말 카드값을 보니 다시금 절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말 약속이 몰려있다보니 식재료들이 방치되고 있는데, 월드컵 때 좀 활용해서 안주를 만들어봐야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일부 실감하고 있다. 1인가구를 겨냥해 최근 만원대 메뉴를 출시한 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월드컵 기간에 기대만큼 많이 팔리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등 배달음식들도 가격이 전체적으로 오르며 개인마다 가계 상황에 따라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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