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디자인 거장들 ‘지속가능성’ 한 목소리 [지구, 뭐래?]
지난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22에서 안도 다다오가 ‘꿈을 담은 삶, 그리고 건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건축은 환경 부하가 크기 때문에 우리(건축가)들의 책임이 막중합니다.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부터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천하고 감당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우리 윗세대는 생산하고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 선형적인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 왔죠. 하지만 우리는 재생하고 순환하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건축가들이 생태 문제와 사회적 문제를 대면하는 건, 이젠 선택 사항이 아닌 전문가로서 해야 할 약속이에요.”(건축가 뱅상 칼보(Vincent Callebaut))

지난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22에서 세계적 명성의 건축가들은 한목소리로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공간 디자인’이었다. 인류가 함께 공유하는 공간, 즉 지구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려면 환경과의 공존을 염두에 둔 디자인적 사고가 필수적이라는 데에 연사들은 공감했다.

안도 다다오 “자연과 함께 살고 있다는 점, 항상 의식해야”

“자연과 함께”…디자인 거장들 ‘지속가능성’ 한 목소리 [지구, 뭐래?]
지난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디자인 포럼 2022에서 벨기에 건축가 뱅상 칼보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

평소 안도 다다오(安藤忠雄·81)의 건축은 물과 빛, 바람, 나무, 하늘 등 자연과 긴밀히 닿아있다. 자연을 건축에 담는 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한 그의 고민은 예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에게서 자연이란 곧 생명의 원천이다.

그는 앞서 헤럴드경제와 진행한 사전 인터뷰를 통해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건축물이나 랜드스케이프를 구상할 때, 언젠가 자라난 식물들 속에 묻혀 있을 건축물의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다”고 말했다.

인간이 머무는 공간을 설계할 때도 안도 다다오는 자연과 대화하는 장소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서 빛은 자연의 한 요소이자, 추상화된 자연으로서 기능한다. 그는 “시간과 함께 움직이는 명암의 태동에 따라 빛은 벽으로 둘러싸인 공기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던 장소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며 “이 빛을 잘 다루는 것만으로도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뱅상 칼보 “자연 모방해 자급자족 도시 건설”

“자연과 함께”…디자인 거장들 ‘지속가능성’ 한 목소리 [지구, 뭐래?]
지난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디자인 포럼 2022에서 벨기에 건축가 뱅상 칼보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임세준 기자]

뱅상 칼보 아키텍쳐의 창립자인 벨기에 건축가 뱅상 칼보(Vincent Callebaut)도 건축가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이번 포럼 강연을 통해 강조했다. 뱅상 칼보는 생물체의 특성을 건축물에 적용하는 미래지향적 실험으로 전 세계 이목을 끌고 있다.

뱅상 칼보 강연에서 ‘에너지 연대’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그는 “재생 에너지 기술을 활용하면 에너지 소비량보다 에너지 생산량이 더 많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며 “이 같은 미래적 건물이 역사적 건물 등 과거 유산과 연결되면 도시 전체가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기차역인 파리 북역(Gare du Nord) 철로와 플랫폼을 대상으로 구현한 ‘맹그로브’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뱅상 칼보는 “북역은 교통량이 많고 매일 100만명이 방문하는 지역인데, 이들이 바닥을 밟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건물 운영에 활용할 수 있다”며 “여행자들의 발자취가 만들어낸 에너지는 건물 외벽이 인공 광합성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하이테크가 등장하는 시대, 우리에겐 더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이며 회복력 있는 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ITC 강국인 한국에서도 기술과 생체 모방을 접목해 새롭고 지속가능한 도시들을 창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일헌 “차 만들 때 나오는 쓰레기 업사이클링”

“자연과 함께”…디자인 거장들 ‘지속가능성’ 한 목소리 [지구, 뭐래?]
헤럴드디자인포럼이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가운데 윤일헌 현대자동차 상무, 제네시스 디자인 실장이 '제네시스 아이덴테테의 현재와 미래'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

제네시스 디자인 실장인 윤일헌 현대자동차 상무의 강연에서도 지속가능성이 사회 전반의 주요 화두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유로7과 같은 국제적인 탄소배출규제에 대응하려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발 빠른 체질전환이 필요하다.

윤 상무는 “자동차는 이용 주기가 10~15년으로 길기 때문에 내장재에 대한 내구성을 꼼꼼하게 테스트한다”며 “이 과정에서 가죽에 여러 후처리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친환경 약품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제네시스 X 스피디움 쿠페 콘셉트엔 ▷감귤류 열매나 미모사와 같은 식물유래 성분으로 가공한 베지터블 가죽 ▷가공 과정에서 일반 가죽에 비해 적은 양의 물과 화학 약품을 사용한 뛰어난 통기성의 그레인 가죽 등을 적용했다. 또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된 실을 사용, 가죽의 내구성·내수성도 강화했다.

제품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네시스만의 고민도 전했다. 윤 상무는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든 천을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쓰레기를 수거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역시 탄소가 배출된다”며 “차라리 자동차를 만들 때 나오는 쓰레기를 다시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원하는 모양을 잘라내고 남은 가죽을 다른 형태, 느낌으로 차에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자연과 함께”…디자인 거장들 ‘지속가능성’ 한 목소리 [지구, 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