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걸그룹 최초 영미 양대 차트 석권
美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1위
英 오피셜 앨범 차트 1위
데스티니스 차일드 이후 21년만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금은 ‘블랙핑크의 시대’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걸그룹’으로 불리는 블랙핑크가 마침내 세계 시장을 정복했다. K팝 걸그룹 최초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영국 오피셜 차트 1위에 올랐다. 걸그룹이 영미 양대 차트를 석권한 것은 무려 21년 만이다.
25일(현지시간) 공개된 빌보드 차트 예고 기사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는 10만2000장 상당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 ‘빌보드200’ 1위에 올랐다. 이 차트에서 여성 그룹이 1위에 오른 것은 2008년 미국 그룹 ‘대니티 케인(Danity Kane)’이 ‘웰컴 투 더 돌하우스’로 1위에 오른 이후 14년 5개월 만이다.
K팝 가수가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방탄소년단(BTS),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가 1위에 올랐다. 걸그룹으로는 블랙핑크가 처음이다.
빌보드는 “올해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찍은 다른 두 K팝 앨범(방탄소년단, 스트레이 키즈)이 대부분 한국어로 돼 있는 것과 달리 ‘본 핑크’는 앨범 대부분이 영어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본 핑크’는 실물 음반 7만5500장, SEA 2만5000장, TEA 1500장으로 각각 집계됐다. 실물 음반 판매량 7만5500장은 올해 들어 7번째로 많은 수치다. 블랙핑크는 이번주 빌보드 ‘톱 앨범 세일즈’ 차트에서도 1위에 올랐다. 블랙핑크가 1위에 오르며 ‘빌보드 200’에서 무려 11주 1위로 장기 독주하던 배드 버니는 2위로 내려오게 됐다.
뿐만 아니라 블랙핑크는 지난 25일 세계 양대 차트로 불리는 영국 오피셜 차트의 앨범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 차트 역시 K팝 걸그룹 최초 1위다. 이전까지 K팝 여성 아티스트 최고 기록은 2위를 차지한 2020년 발매한 블랙핑크의 첫 번째 정규 앨범 ‘디 앨범(THE ALBUM)’이었다.
마틴 탤벗 오피셜 차트 컴퍼니의 CEO는 “블랙핑크가 ‘본 핑크’로 1위가 된 것은 환상적인 성과다. 레코드 북에 영원한 기록을 쓰게 됐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전 세계 시장에서 걸그룹이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2001년 팝스타 비욘세가 속한 미국 걸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이후 21년 만이다.
2016년 8월 8일 데뷔, 올해로 6년차에 접어든 블랙핑크는 매년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준 그룹이다.
블랙핑크는 2NE1 이후 7년 만에 나오는 YG표 걸그룹이라는 타이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단지 대형 기획사를 등에 업고 ‘성공 공식’을 따르며 등장한 걸그룹은 아니다.
지난 2020년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K팝 아티스트 최초의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 세상을 밝혀라(Blackpink: Light Up the Sky)’엔 네 명의 소녀들의 치열한 데뷔 과정을 담았다. 블랙핑크 이전 김제니(제니)·김지수(지수)·로제(박채영)·리사(라리사 마노반)가 보낸 피땀 어린 연습생 시절이었다. 월말평가라는 지독한 경쟁 시스템에 갇혀 함께 했던 연습생들을 떠나보내고 살아남은 네 명의 멤버. 제니는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K팝을 K팝답게 만드는 건 연습생 시간”이라고 돌아보기도 했다.
혹독한 시간을 거쳐 데뷔한 블랙핑크가 세계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2018년 발매한 ‘뚜두뚜두’가 나오면서였다. 사실 블랙핑크는 ‘다작 걸그룹’은 아니다. 보통 K팝 그룹들이 일 년에 2~3장의 싱글을 내고, 해마다 새 정규 앨범을 들고 나오는 것과 달리 블랙핑크는 데뷔 이후 6년간 싱글 3장, 미니음반 2장, 정규음반 2장을 내놨다. 매 앨범 사이 공백이 있지만, 이 시간은 블랙핑크에겐 도약의 발판이 됐다.
블랙핑크는 ‘뚜두뚜두’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과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각각 55위와 40위로 처음 진입했다. 이후 ‘핫 100’에서는 ‘킬 디스 러브’ 41위, ‘사워 캔디’(Sour Candy) 33위, ‘하우 유 라이크 댓’ 33위, 셀레나 고메즈와 협업한 ‘아이스크림’(Ice Cream) 13위, ‘러브식 걸스’ 59위, ‘핑크 베놈’(Pink Venom) 22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세계 음악계의 중심에 있었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블랙핑크가 갖는 입지는 상당하다. 전 세계 스타들의 인지도와 인기의 바로미터인 유튜브에선 8180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확보, 전 세계 1위에 올라있다. 유튜브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최근 1년간 조회수는 무려 72억2000만 건에 달한다. 국가별 조회수를 살펴보면 1위 인도, 2위 태국, 5위 멕시코, 8위 미국, 9위 터키로 전 세계를 아우른다. 한국은 10위다.
음악에서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매 앨범 보여준 블랙핑크의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은 패션계를 아우르는 ‘워너비 스타’로의 행보를 보여준다. 네 명의 멤버들은 각각 샤넬(제니)·생로랑(로제)·디올(지수)·셀린느(리사) 등 각자가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 앰베서더(홍보대사)로 활동하며 MZ세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워너비 스타’를 넘어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는 스피커의 역할도 하고 있다. 블랙핑크는 지난해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 홍보대사로 임명돼 기후변화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SDG 모멘트)에서 리사는 “우리는 생각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모두의 미래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더 많은 배움과 지식으로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자”고 독려했다. 블랙핑크가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 홍보대사가 된 것은 이들이 전 세계에 갖는 영향력 때문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진흥원)이 이달 초 발간한 ‘2022 글로벌 한류 트렌드’(18개국 8500명의 해외 한류 소비(이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선호 한국 가수/그룹’ 부문에서 블랙핑크(10.4%)는 방탄소년단(26.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블랙핑크는 이미 방탄소년단과 더불어 세계 음악시장을 사로잡고 있었지만, 이후 방탄소년단의 뒤를 잇는 그룹이 되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보이그룹과 달리 활동의 제약이 없고 자유로운 데다 보다 대중적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걸그룹, 그 중에서도 블랙핑크가 K팝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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