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갈등·피해자 대상 ‘추측 조롱’까지

“나 같아도 죽여버린다”…도넘은 신당역 피해자 2차 가해[촉!]
‘스토킹 살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지난 19일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는 모습. [연합]
“나 같아도 죽여버린다”…도넘은 신당역 피해자 2차 가해[촉!]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신당역 살해 사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신당역 살해 사건’이 젠더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치권까지 나서 젠더 갈등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 같은 젠더 갈등이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도 넘은 2차 가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피해자에 대해 근거 없는 추정을 하며, 2차 피해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가해자는 불법촬영물을 무리 없이 찍을 수 있을 정도로 피해자와 사적으로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치정 관련 범죄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특정 성별의 단체들이 이번 사건을 스토킹범죄로 일률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스토킹처벌법 강화를 외치는 모습은 충분한 공감과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서울교통공사 직원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피해자가 전 여친”이라는 거짓 사실을 퍼뜨리기도 했다.

사실은 이와 다르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전주환(31)은 피해자와 입사 동기로 만나 일방적인 만남을 요구했다. 불법촬영은 여자 화장실에 있던 피해자를 몰래 촬영한 것이며, 전주환은 피해자에게 해외 웹사이트 주소를 보내며 “이곳에 영상을 올리겠다”고 협박하고 1억원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고소를 당해 전주환은 검찰로부터 징역 9년을 구형받았다. 이에 앙심을 품고 전주환은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살인도 징역 4년인데, 저딴 일로 9년을 구형 받으니 나 같아도 죽이고 싶겠다”, “스토킹으로 9년을 선고 받으니 열받아서 그럴만 했다” 등 범죄를 옹호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성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규정하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긴급 추모제를 열고 “여성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정부는 구조적 폭력임을 시인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추모제에 참석해 “명백한 여성 혐오 사건인데도 국가는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성가족부 장관, 검찰과 경찰, 고용주인 서울교통공사가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신당역 사건은 여성 혐오 살인”이라며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내가 널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저지른 범죄다. ‘좋아하면 좀 쫓아다닐 수도 있지’ 하는 그릇된 남성 문화,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남성에게 종속된 부속물이라는 여성 혐오에 기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지난 16일 사건 현장을 방문한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남성과 여성의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해 여성계와 진보정당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비극을 남녀 갈등의 소재로 동원하는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다”며 “우리 사회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천인공노할 범죄자가 있고, 그 피해자 역시 남녀가 될 수 있다. 단지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여성 혐오라고 규정한 것은 현상에 대한 오독”이라고 여성계를 비판했다.

“나 같아도 죽여버린다”…도넘은 신당역 피해자 2차 가해[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