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일본이 시작한 창지개명으로 서울시 지명 변경
“시민이 역사를 알고 기억할 수 있도록 행정 지원 필요”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행정편의를 위해 바꾼 지명이 100년이 지난 지금도 서울시 지명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창지(地) 개명’ 때문이다. 일본은 1910년부터 시작된 대대적인 ‘행정구역 폐합 정리’를 실시했다. 행정구역이 새로 구획되며 이름도 바뀌었다. 인사동과 낙원동, 통인동, 돈의동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땅이름협회에 따르면 ▷‘관인방’과 ‘대사동’이 합쳐져 인사동 ▷‘돈화문’과 ‘어의동’이 합쳐져 돈의동 ▷‘통동’과 ‘인왕동’이 합쳐져 통인동이 됐다. 탑골은 낙원동으로 이름을 바뀌었다.
협회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 약 30%가 일본식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 자치구 중에서는 종로구가 지명의 60%를 일본식 지명으로 사용해 비율이 가장 높았다.
용산구의 ‘욱천고가차도’도 일본식 지명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현재는 복개된 ‘만초천’의 이름에서 ‘욱천(욱일승천에서 유래)’으로 바뀐 이름에 근거를 둔 도로명이다.
용산구는 2019년 문제점을 인지하고 도로명을 바꾸기 위해 나서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변경을 추진했는데 도로가 시 관할이라 구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며 “도로사업소 등은 답변 자체도 주지 않는 등 미온적인 반응에 계획이 좌절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시의 상황을 전했다. 2019년 당시 ‘서울 옛이름 되찾기’사업이 계획돼 추진됐다. 시 관계자는 무산된 배경에 대해 “계획이 진행돼오던 중에 (시장이 바뀌는 등) 시 상황이 급변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민 관심도 필요하다. 지명은 중앙정부와 각 자치단체 지명관리위원회에서 정하는데 위원회에서 문제를 조사하고 논의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관심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시 관계자는 “위원회 소집에는 예산이 들기 때문에 논의될 사안이 현저히 적은 경우에는 해당 분기를 생략하기도 한다”며 “일선 부서에서 건의가 올라오기도 하지만 민원이 쌓여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명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지명관리의 초석이 되는 셈이다.
이에 배우리 한국땅이름협회장은 “일본식 지명을 아직 사용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바꿔야 하는 일이지만 100년을 넘게 사용해온 행정명을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오개역과 까치울역 등을 예로 들며 “시민이 기억하고 바뀐 역사를 알 수 있도록 공원, 지하철역 등 공공시설에는 옛이름을 붙이는 행정적 지원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방법을 제시했다.
20k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