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구형 9년, 법정구속 예상…마지막 보복 기회라 여겨”

“선고 앞두고 피해자에 대한 분노 극에 달해…철저한 계획범죄”

‘신당역 사건’ 피의자는 왜 14일을 범행일로 택했나[촉!]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모(31) 씨가 지난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신당역 피살 사건 피의자가 몰카·스토킹 사건 법원 선고 전날을 범행 날짜로 정한 이유에도 세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정 구속을 예상하고 피해자에 대한 마지막 보복 기회로 보고 철저한 계획 하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7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검찰이 피의자에 징역 9년을 구형한 만큼, 선고를 앞두고 피의자의 스트레스가 가중됐을 것”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분노도 극에 달해 법정구속을 예상하고 마지막 보복 기회라고 판단하고 계획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는 일반적인 범죄자의 행동 패턴으로 보기 어렵다”며 “일부 스토킹 범죄자가 얼마나 위험한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징역 9년이 구형된 상태에서 선고 기일을 앞두고 피의자가 ‘어차피 인생은 끝났다’는 생각에 이르러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순간적 감정으로 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검찰 구형 이후 범행을 목표하고 계획을 세워 공포감이 극에 달한 전날을 범행일로 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 수사에서도 계획범죄 정황이 구체화되고 있다. 피의자 전모(31) 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14일 오후 7시45분께부터 신당역 대합실 화장실 근처에서 1시간10분 동안 피해자 A씨를 기다렸다. 오후 8시56분 A씨가 순찰을 위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전씨는 구산역에서 신당역까지 일회용 승차권을 이용해 지하철로 이동했고, 범행 당시 머리에는 평소 집에서 쓰던 일회용 위생모(샤워 캡)를 착용했다. 이는 카드 등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동선을 숨기고, DNA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는 머리카락 노출을 방지한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경찰 조사에서 “오래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범행에 쓰인 흉기도 미리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당역 사건’ 피의자는 왜 14일을 범행일로 택했나[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