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9조원 규모의 2023년 예산안이 최근 발표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편성한 예산이다. 올해 본예산 대비 5.2% 늘었고, 추경 포함한 예산 총액에 비해선 6% 줄어든 금액이다.

지난 5년 동안 나라 빚이 450조원 늘어났고,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추경을 10차례나 편성해 추경 편성이 뉴노멀이 됐다. 내년에도 적자국채를 46조원 발행하고 국가채무도 66조원 늘어나게 돼 있어, 재정 집행의 효율성 제고와 적정 채무관리에 신경 써야 할 상황이다.

건전재정으로 기조가 전환됨에 따라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8%로, 2021년 애초 전망에 비해 3.3%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국가채무비율도 60% 이내에서 관리할 방침이다.

건전재정 기조가 착근되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제도(예타)가 정상화돼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1999~2019년 144조원의 예산이 절감됐다. 국가 균형발전 등 정치적 필요성이 커지며 예타가 종이호랑이가 됐다. 이명박 정부 90건·61조1000억원, 박근혜 정부 94건·25조원이었던 예타 면제 대상은 문재인 정부 들어 149건·120조원으로 늘었다. 정책적 면제 비중도 이명박 정부(33.1%)와 박근혜 정부(24.1%)에 비해 76.5%로 급증했다. 예타 면제가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되면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무성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시급히 손봐야 한다.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정하는 교육교부금은 2010년 32조3000억원에서 2022년 65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동 기간 초·중등 학령인구는 735만명에서 539만명으로 급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초·중등교육 1인당 교육비는 OECD 평균의 132% 수준인 반면 고등교육 1인당 교육비는 OECD 평균의 66%에 불과하다. 교육세 전입분을 재원으로 하는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추진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 늘어나는 교부금을 제대로 쓰지 못해 적립금이 늘고 있다. 교육청은 은행에 교부금을 맡겨 이자수익을 챙기는 기형적 형태가 벌어지고 있다. 2021년 4조8000억원대의 시도교육청 기금 보유액이 올해 말 10조원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부채 중독에 빠진 공기업의 재무건전성 회복이 시급하다. 정부가 국책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기업 자금을 동원하던 과거의 관행을 손질해야 한다. 지난 5년간 공기업의 당기순이익이 4조3000억원 흑자에서 1조8000억원 적자로 악화됐다. 공공기관의 채무가 국가채무의 30% 선에 해당한다. 정부 지원이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8%를 넘는다. 고위험군에 속한 SOC와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재정만능주의 풍토에서 벗어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예산만 투입하면 저절로 경제가 회생하고 민생이 나아질 것이라는 재정만능주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엄청난 재정 투입에도 지난 정부의 경제성장률이나 민간투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늘어난 재정 규모를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나라도 재정중독증에서 벗어나 양입제출(量入制出)의 원칙에 충실한 건전재정 기조가 확립돼야 한다.

결국 돌파구는 생산성 제고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것은 낮은 생산성 때문이다. 1991~2020년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이 0.3%에 불과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저성장의 원인으로 생산성 둔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도 재정건전성 회복은 더는 미룰 수 없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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