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아닌 문서유출로 선회…수사본질 바꾸려는 의도 지적속 일부선 “가이드라인 제시 아니냐”…‘檢의 청와대 눈치보기’ 뒷말 무성

검찰이 정윤회 씨 관련 세계일보 보도와 관련한 고소 사건을 처리하면서 ‘문서유출’ 사건만 따로 특수부에 배당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로부터 고소가 들어온 ‘명예훼손’보다는 ‘문서유출’로 사건의 본질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앞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문서유출 관련 수사에 무게를 실어준 것과 관련, 검찰이 대통령 한마디에 휘둘리고 있다는 뒷말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일 세계일보 보도에 대한 청와대 비서관들의 명예훼손 고소사건을 형사 1부(부장 정수봉)에 배당하면서, 청와대 내부문서 유출과 관련된 사안도 특수2부(부장 임관혁)에 배당했다.

검찰은 “국정운영의 핵심 기관인 청와대 내부의 문서가 무단으로 유출된 것은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특수부 배당 이유를 설명했다.

당초 검찰 안팎에서는 명예훼손 고소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형사1부가 단독으로 사건을 맡거나, 형사 1부 검사들과 첨단범죄수사부 소속 사이버범죄 전담 검사가 합류한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에서 사건을 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검찰이 특수부를 수사에 동원한 것은 지난 1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발언한 것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 같이 보도를 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거짓임을 전제한 발언이다. 박 대통령이 이같이 발언하면서 ‘명예훼손’과 관련해 검찰에 ‘세계일보 보도의 진위 여부는 판단할 이유도 없다’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결과적으로 제시한 셈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문건의 작성자로 알려진 박 경정을 검찰이 ‘출국금지’한 것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는 도주의 우려가 있을때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직접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신분이 확실한 대상자에 대해 출국금지까지 한 것은 청와대에 자신들의 수사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검찰의 행보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세계일보는 ‘청(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 사진을 공개하며 정 씨가 박근혜 대통령 핵심 측근인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10명과 10월부터 매달 두 번씩 정기적으로 모이면서 국정운영 전반과 청와대 내부상황을 체크해 의견을 제시한 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세계일보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동향보고 문건 작성의 당사자로 지목된 청와대 전 행정관 박 경정에 대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