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환영…일부 州는 즉각 낙태 금지
민주당 집권 州서는 원정 낙태 지원까지
멕시코 원정 낙태도 관심…JP모건 등 지원 약속
[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연방 대법원이 50여년간 유지한 낙태권 보장 판례를 폐기하면서 미국 전역이 즉각 낙태 금지와 찬성을 두고 둘로 갈라졌다.
대법원이 낙태권을 폐기하면서 낙태 합법 여부는 주(州) 정부와 의회의 판단으로 돌아갔다. 낙태권 옹호 단체인 구트마허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미 50개주 중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13개 주는 대법원이 낙태권 보장 판례를 파기할 경우 낙태 규제를 시행할 수 있는 트리거 조항을 법에 명시해놨다. 켄터키와 루이지애나, 사우스다코타 주가 대법원의 판결과 동시에 자동으로 낙태를 불법으로 명시하는 트리거 조항을 보유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마자 미주리와 루이지애나 주는 낙태가 불법이라 선언했다. 에릭 슈미트 미주리주 법무장관은 “생명의 신성함을 위한 기념비적인 날”이라 말했다. 텍사스 주는 아예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날을 휴일로 정하고, 앞으로도 연례 휴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반면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주는 공동 성명을 통해 낙태 접근권 보장 의지와 함께 다른 주의 여성이 낙태 시술을 받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다른 주의 낙태 희망자를 돕기 위해 1억2500만 달러의 예산을 요청했고,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보험사가 낙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제임스 레티샤 뉴욕주 법무장관도 “뉴욕은 낙태를 찾는 누구에게라도 안전한 대피처가 될 것”이라며 원정 낙태 지원 입장을 밝혔다.
83명의 선출직 검사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낙태금지 집행은 우리가 서약한 의무에 반하는 것”이라며 낙태를 행한 여성을 기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낙태권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쟁점이 될 조짐을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주법으로 낙태가 불법이었던 1800년대로 돌아간 것이다. 대법원이 미국을 150년 전으로 돌려놓았다”고 대법원을 비판하면서 “의회가 연방차원의 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급진적 공화당이 건강의 자유를 범죄화하기 위해 십자군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여성과 모든 미국인의 권리가 11월 투표용지 위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공화당 측은 승전의 기쁨을 만끽하는 분위기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용감하고 옳은 판결”이라며 “헌법과 사회의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한 역사적 승리”라고 환영했다.
하원에서 공화당 측이 내놓는 낙태 법안은 기존의 것보다 규제가 강화된 쪽으로 전망된다.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 의원은 임신 20주 이후 낙태를 금지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이를 15주로 줄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원에는 태아의 박동이 감지되면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제출됐다.
낙태가 불법으로 규정되는 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국경까지 넘는 원정 낙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멕시코 시민단체 ‘네세시토 아보르타르’에 따르면 사회관계망(SNS) 등을 통해 미국 여성들의 낙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수도인 멕시코시티 등 일부 주에서 낙태가 허용돼왔고, 임신 중절에 쓰이는 약물 중 하나인 미소프로스톨을 처방전 없이도 구할 수 있다. 때문에 낙태가 엄격한 주에 거주하는 미국 여성들은 멕시코로 국경을 넘곤 했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직원들의 원정 낙태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는 지난 1일자 사내 공지를 통해 “합법적 낙태를 포함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집에서 먼 곳으로 여행할 필요가 있는 직원들에게 관련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알린 바 있다. 도이체방크도 자택에서 100마일(161km) 안에서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없는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내 보건 정책을 업데이트 하겠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지난 3월 다른 주에서 낙태 시술을 받아야 하는 직원들을 위해 여행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발표했다. 월트디즈니 역시 낙태를 포함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여행해야 하는 직원들의 비용을 보장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아마존과 애플 등빅테크 기업들도 직원들의 원정 낙태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