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나흘째 산업현장
총파업에 차·반도체 집중 타격
부품부족에 생산라인 ‘가다 서다’
물류거부로 생산손실 2000대
특근도 정상적인 소화 의문
반도체도 공급 차질 위기감 팽배
휴대전화·가전 등 가격인상 우려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국가 핵심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를 주요 타격 대상으로 겨냥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당장 부품 부족으로 생산라인 운영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특히 주말 특근까지 불투명한 처지에 놓였다. 반도체 업계 또한 대체 화물로 버티는 터라 파업 장기화 시 최악의 경우 필수 원료 수급난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토요일 특근까지 발목 잡는 화물연대=10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울산본부는 지난 8일부터 자동차 부품 관련 납품과 운행을 전면 중지한 데 이어 이날도 현대차 울산 공장 앞에서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특히 현대차가 11일 토요일 특근에 나설 경우 평일 투쟁 지침을 유지하고, 미 특근 시 천막 등을 사수할 일부 인원만 대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시작된 이후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주 단위로, 공장별로 특근 여부를 결정해 왔는데,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하며 생산라인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자 향후 특근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전날 오후 일부 라인의 경우 섀시·운전석·프런트(FEM) 모듈 결품이 발생해 가동률이 2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완성된 차량을 운송하지 못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기아 광주·광명 공장 등에서 차량을 실어나르는 ‘카캐리어’ 운행이 중단돼 생산 물량을 공장 주차장에 수용하기 어렵게 되자, 직원들이 직접 완성차를 몰고 다른 출하장으로 옮기기도 했다.
현대차·기아는 비조합원과 용차(일당을 받아 운행하는 대체사업자)를 활용하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는 전날 열린 노사 교섭 자리에서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완성차 물류 거부로 생산손실이 2000대가량 발생했다”며 “사업부별로 예정된 특근도 정상적으로 소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외부 요인으로 생산과 교섭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노사 모두 공감할 것”이라며 “회사도 관련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부품산업혐동조합은 “화물연대는 파업에 미참여하는 조합원 차량이 자동차 공장에 들어가는 것도 막는 등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자동차 산업과 영세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파국에 이르지 않도록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특히 이들은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등은 자동차 업계 물류를 담당하는 화물차주와 관련이 없는데도 다른 업종의 이익을 위해 자동차 산업을 볼모로 잡았다고 비판한다. 이미 완성차 탁송 화물차주들은 안전운임제를 적용한 운임보다 높은 운임을 보장받아 왔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급소’ 원료 타깃…휴대폰·가전 가격도 오르나=반도체 업계 역시 위기감이 팽배하다. 화물연대본부가 전날 반도체 물류까지 막겠다는 점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울산본부는 “삼성 반도체 타격을 목적으로 반도체 원료업체인 LS니꼬동제련, 고려아연에 집중한다”는 지침을 현장 조합원들에게 내려보냈다. 지금까지 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화물로 물류난에 대처했던 반도체 업계로선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LS니꼬동제련과 고려아연은 구리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황산가스를 포집해 고순도 황산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보통 반도체 웨이퍼 가공 시 실리콘 표면에 부착된 먼지나 금속오염물질 등은 강한 바람으로 떼어낼 수 없고 액체 형태의 고순도 황산에 담가 녹여 없애야 한다.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관련 소재 세척용으로 쓰이는 고순도 황산의 수요 역시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황산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반도체 생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 외의 다른 반도체 관련 시설도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화물연대가 반도체 원료사를 집중 타깃으로 두고 항구 등 물류 거점을 봉쇄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라인은 물론, 반도체가 탑재되는 삼성전자·LG전자 가전 부문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 공급 차질로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제품 가격 상승은 스마트폰, 가전 등 완제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대 업계 외에도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한 울산과 전남 여수, 충남 서산 등 석유화학 산업단지에서는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출입로를 점거하면서 한때 물류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7~9일 사흘간 시멘트 출하가 막히면서 45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김지윤·김지헌·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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