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기’도 한계 상황
“고물가에 안 오른 게 없어 힘들다”
대출이자 부담…적금해지 고민 중
주부 “돼지고기 사러왔다 포기”
친구만남 줄이고 구내식당 이용도
“외식은 저렴한 음식으로, 생필품은 조금이라도 싼 제품을 찾아 구매하고 있어요.” 직장인 김유리(31) 씨는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허리띠 졸라매기’를 시작했다. 고물가 때문에 저축 자체가 힘들어질 정도로 생활비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채소값부터 생필품까지 가격이 안 오른 물건이 없어 힘들다”며 “기존에 받은 대출이자 부담도 있어 매달 50만원씩 저축하는 청년희망적금을 해지할까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인플레 쇼크’에 지갑을 닫는 시민들이 들고 있다. 식품·생필품·서비스 비용까지 가격이 오르면서 평소와 비슷하게 지출하는데도 월급이 부족하거나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마이너스’ 상황에 당면했기 때문이다.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소비에 대한 부담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자재값이 올라 원가 부담이 심해진 자영업자 사정은 더 열악하다. 경기 지역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 중인 이모(35) 씨는 지난달 가게에서 적자가 발생, 저축을 못했다. 이씨는 “주재료라 할 수 있는 밀가루, 유제품부터 장식으로 사용하는 과일까지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주말 손님이 많이 빠진 데다 물가마저 가게 운영에 부담을 줘 당분간 친구들과 약속을 줄이려 한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은 당장 줄일 수 있는 식비를 아끼고 있다. 평소보다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거나, 외식을 줄이는 식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식자재마트에서 만난 주부 강모(70) 씨는 “돼지고기를 사러 왔다가 가격을 보고 놀라서 다시 내려놨다. 늘 사던 제품인데도 가격이 올라서 어쩔 수 없이 냉동 닭가슴살, 냉동식품을 구매했다”며 “이전보다 맛있는 걸 못 먹어도 식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점심값 인상에 ‘사내식당’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홍모(30) 씨는 “서초구는 다른 지역보다도 점심값이 유달리 비싸졌다”며 “개인 카드로 사려면 한 끼에 1만5000~2만원은 기본이라 회사 카드를 사용할 때 아니면 가급적 밖에서 점심을 사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식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에게 물가 상승의 부담이 집중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하위 20%인 1분위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가처분소득의 약 40%를 외식비나 식료품 등 식비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 차례 고비를 넘겼던 자영업자들은 이번 물가 인상이 유달리 괴롭다.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최모(63) 씨는 “지난 몇 년 간 줄일 수 있는 것도 다 줄이고, 아껴 썼다. 지금도 덜 먹고 덜 쓰고 있는데 더 이상 줄일 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식자재값이 올라도 차마 가격을 못 올리겠다는 최씨는 “원가 부담이 심하지만 손님들이 줄어들 까봐 차마 못 올리겠다”고 말했다.
자녀 교육비처럼 고정비가 많은 주부들도 ‘절약 모드’에 들어갔다. 지난달 개인 서비스 물가는 5.1% 인상돼 2008년 12월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부 최진영(57) 씨는 “사실 아직 뭔가를 줄여야 할 수준으로 물가가 오른 것 같진 않다”면서도 “만약 여기서 더 오른다면 나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것 같다. 아이들 교육비는 현실적으로 못 건든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병원비가 필요한 가족은 한숨이 늘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을 둔 이모(30) 씨는 “병원비에 생활비 부담이 늘어 가족들의 부담이 안팎으로 심해지고 있다”며 “지금은 부모님부터 가족들 모두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여기서 더 상황이 안 좋아지면 적금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