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의 대응과 과제
‘소부장’ 강점 일본, 미국·대만 등과 협력강화
韓, 美에 투자…미국, 생산기지·공급망 제공
일부선 일본과 ‘소부장’ 협력 복원 목소리도
일본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과 협력을 통해 반도체산업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산업외교 지형도에서 일본, 대만과의 협력고리가 약한 한국은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공급망 안정, 대규모 투자 등이 필요할 것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30일 SK하이닉스본사에서 반도체업계와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열고 업계 주요 현안과 새 정부의 반도체 산업정책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관련기사 19면
재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 강화에 나섰다. 일본이 미국 기업들과 협업하고 대만 TSMC의 시설투자를 전폭 지원하는 등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일본, 대만과는 외교적 문제, 시장 경쟁 등으로 협력이 덜한 상황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반도체 기술안보와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위해 반도체 생산, 다각화,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공급 부족 대응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2㎚(1㎚=10억분의 1m) 초미세공정 차세대 반도체 R&D를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2㎚ 반도체 개발에 도쿄일렉트론, 캐논 등 장비업체들과 인텔, IBM 등 미국 기업들의 협력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과거 일본은 반도체산업을 주도하기도 했지만 한국과 대만 등에 밀려난 상황이다. 다만 반도체 생산 기반이 되는 소재·부품·장비 등에 강점을 갖고 있어 미국, 대만과 협력하고 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은 일본 기옥시아와 공동으로 1조엔(약 10조원) 규모의 미에현 요카이치 공장을 완공하고 연내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TSMC는 일본 소니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팹(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투입비용 중 절반을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TSMC의 R&D센터 건설도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도 TSMC와 소니의 공동 자회사에 출자했다.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인 평택캠퍼스를 찾았다. 공동 성명에서는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보호 및 진흥을 위한 민관 협력과 정례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 설치를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착공이 예정돼 있고 SK하이닉스도 미국 R&D센터 건설을 추진한다. 한국은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은 생산기지와 안정적 공급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협력이다.
소부장에 강점이 있는 일본이 미국, 대만과 협력하는 동안 한국은 일본과 외교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반도체 핵심 소재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공급망 다변화와 국내 소재산업 육성의 계기가 됐지만 한-일은 협력보다는 경쟁관계다.
오히려 2㎚ 이하 초미세공정 경쟁은 치열한 상황이다. 세계 최초 3㎚ 공정 양산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 2㎚ 공정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TSMC의 2㎚ 양산 타임라인도 삼성전자와 같은 2025년이다. IBM은 세계 최초 2㎚ 칩을 선보였고 인텔은 각각 2024년 상·하반기 2㎚와 1.8㎚ 공정 양산을 계획했다. 일본은 IBM·인텔과 소부장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육성을 위해 고성능 저전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이미지 센서, 3㎚ 이상 제품 조기 양산을 중심으로 미래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도 기대된다. SK그룹도 5년간 247조원의 절반 이상인 142조원을 반도체에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과의 관계회복을 통해 소부장 협력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속에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는 30일 온라인 한일 경제인회의를 열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6월 중 일본상의 설립 100주년을 맞아 최태원 회장의 일본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영규 기자
yg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