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가 드라마와 예능을 독점하던 시대에 뒤늦게 케이블채널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중 Tvn과 JTBC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런 시기에 글로벌 OTT가 들어왔다. 드라마는 넷플릭스가 선점했다. 하지만 ‘파친코’의 애플tv+와 ‘어느 날’의 쿠팡플레이 등으로 조금씩 다변화되고 있다. 드라마는 여전히 넷플릭스가 강세다. 예능은 넷플릭스가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예능 지분은 지상파와 케이블, 글로벌 OTT, 토종 OTT가 나눠갖는 형세다.
이제 지상파와 케이블은 같은 카테고리에 묶여 리니어 콘텐츠 vs. OTT 콘텐츠의 구도를 보인다. 콘텐츠 전략과 정책이 매우 복잡해져 보다 정교한 편성이 요구된다. 토종 OTT 티빙의 구독자를 크게 늘려준 연애 리얼리티 ‘환승연애’는 지난해 티빙에서 10주 연속 주간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했고, 특히 최종화는 오리지널 콘텐츠 중 유료가입기여 역대 1위를 기록했는데, 만약 다른 플랫폼으로 갔다면 이런 성공이 힘들었을 것이다.
‘런닝맨’ 스핀오프인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은 디즈니+가 국내 론칭되는 날이자 디즈니+의 북미 출시 2주년이 되는 2021년 11월 공개됐다. 유재석과 전소민을 제외한 ‘런닝맨’ 고정 멤버들이 출연한 이 스핀오프가 디즈니+를 플랫폼으로 선택한 것은 편성의 패착으로 보인다.
글로벌 OTT의 예능 1단계에서는 지상파와 케이블의 예능 선수들을 데려와 지상파보다 조금 더 전문적인 콘텐츠를 만들었다. ‘범인은 바로 너’가 그런 구도다. 이제 유재석, 이광수 등 지상파 주간 예능물의 고정 멤버들이 그대로 출연하는 단계를 벗어나야 한다. 점점 가성비가 떨어진다. 물론 같은 인물로 지상파와는 완전히 다른 콘텐츠를 만든다면 승산이 있기는 하다.
‘오징어 게임’ 등 OTT의 성공 콘텐츠를 이어나가는 것은 한국 콘텐츠산업에서 가장 중요해졌다. 열심히 하다 보면 대박 콘텐츠가 나오겠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다.
OTT 콘텐츠 중 하나의 성공 롤모델은 넷플릭스 범죄물 ‘나르코스’다. 콜롬비아의 최대 마약조직인 카르텔의 리더인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실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나르코스’는 프랑스의 제작사인 ‘고몽 인터내셔널’이 미국 자본을 사용해 스페인어로 제작했다. 넷플릭스로서도 남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로컬 콘텐츠 전략으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프랑스는 거대 자본 할리우드 영화가 들어올 때 자국의 아트영화를 지킨 경험이 있다. 프랑스 제작사들은 할리우드에 비해 적은 제작비로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무려 127년 전 만들어진 프랑스 영화·TV물 제작사인 고몽(Gaumont) 인터내셔널 텔레비전은 ‘나르코스’과 ‘바바리언’ ‘뤼팽’으로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로서의 명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한국도 프랑스처럼 적은 제작비로 인간 심리나 내면을 잘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 제작에 능하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여기에 ‘파친코’처럼 일제강점기 고국을 떠난 한인 이민가족 4대의 생존기가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일 만큼 K-이야기의 힘은 한국이 세계 콘텐츠시장 중심으로 들어오게 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이득은 넷플릭스가 다 가져갔다고들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9부작 ‘오징어 게임’은 탄생되지 못했다. 넷플릭스와의 IP 비즈니스의 협상은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3~4개 더 만들면 가능해진다. 넷플릭스는 플랫폼의 하나일 뿐이다.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올 초 넷플릭스의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플랫폼 생태계에 적응하려는 콘텐츠 전략을 좀 더 다각도로, 좀 더 정교하게 추진해야 한다.
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