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건국이래 대동란’ 속 짜증 섞인 간부 질타
尹대통령, 北당국 호응 전제 주민대상 지원 방침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반도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양상이다. 북한의 코로나 폭증은 이제 막 출범한 윤석열 정부와 새로운 한미관계 정립에 나선 미국,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이어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 야욕을 감추지 않고 있던 북한 모두에게 돌발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회에서 가진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서 코로나 사태에 직면한 북한에 지원 의사를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 위협에 노출된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과 의료기구, 보건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 등 정치군사적 사안과 인도적 협력은 별개라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북한 당국의 호응을 전제로 하면서 지원 대상도 북한 주민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가 지난 13일 “박수가 마주쳐야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먼저 발표하고 결정할 수는 없다”고 밝힌 북한의 호응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특히 이날 시정연설에서 북한은 날이 갈수록 핵무기 체계를 고도화하면서 핵무기 투발수단인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면서 형식적 평화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남북 간 신뢰 구축이 선순환하는 지속가능한 평화를 강조하며 북한의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동맹의 입장을 중시하는 미국 역시 비슷한 스탠스다. 이미 미국은 북한의 코로나 사태 발발 직후 국제백신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미국이 기부한 화이자 백신을 북한에 지원한다면 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윤석열 정부가 밝힌 남북 간 방역협력 구상에 대해서도 “강력히 지지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미중 패권경쟁이 날로 심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코로나 방역물품 등을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바람직한 흐름은 아니다.
가장 급박한 것은 북한일 수밖에 없다. 북한의 코로나 확산세는 예사롭지 않다. 지난 12일 1만8000여명, 13일 17만4440여명, 14일 29만6180여명에 이어 15일에는 39만2920여명으로 가파른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사망자도 8명 추가돼 누적 사망자는 50명으로 늘어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5일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비상협의회에서 관련자들을 강도 높게 질타하는 등 ‘건국이래 대동란’을 맞아 짜증섞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 위원장이 비상협의회에서 국가예비의약품 긴급해제 보급 비상지시와 모든 약국의 24시간 운영체계 지시 등이 바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며 중앙검찰소장을 비롯해 사법·검찰부문 간부들과 내각, 보건부문 간부들을 질타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비상협의회 이후 평양 대동강 구역 약국을 찾은 자리에서도 의약품 공급과 판매 현황 등을 둘러본 뒤 약국이 기능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게 꾸려지지 못하고 낙후한 형편인데다 판매원들의 위생복장도 제재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김 위원장과 북한이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핵실험 등 도발을 중단할 지는 미지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전략무기 개발이 최대 우선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다 코로나 발생 사실을 공개한 12일에는 초대형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쐈다”며 “핵실험 시기를 조금 미루고 타이밍을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핵실험 자체를 접고 코로나에 따라 대북지원을 수용하는 쪽으로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shind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