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팍사 총리는 사퇴, 동생 대통령은 버티자

시위 격화에 통행금지령·“5명 사망·180명 부상”

시위대에 의해 한 가옥이 불타고 있다. [프랑스24 유튜브채널]
시위대에 의해 한 가옥이 불타고 있다. [프랑스24 유튜브채널]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반 정부 시위가 점점 더 격화하고 있다. 성난 민심은 집권 가문인 라자팍사로 향해 그 조상 집까지 불태웠다.

10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언론과 외신을 종합하면 전날 오후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시위대가 모든 라자팍사 가문 인사들의 퇴진을 요구하며 남부 함반토타에 있는 라자팍사 가문 조상집을 불 태웠다.

총리의 동생인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물러날 뜻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함반토타에서 시위대는 인근 라자팍사 가문 기념관을 훼손하고, 총리-대통령 형제의 부모 밀랍상도 파괴했다.

성난 시민들이 차량을 강에 빠트리고, 버스를 망가뜨리고 있다. [프랑스24 유튜브채널]
성난 시민들이 차량을 강에 빠트리고, 버스를 망가뜨리고 있다. [프랑스24 유튜브채널]

중서부 쿠루네갈라에 있는 총리 별장은 물론 일부 현역 의원의 집, 라자팍사 가문의 측근이 운영하는 네곰보의 호텔 등도 불탔다.

시민들은 수도 콜롬보의 총리 집무실 인근에서도 길을 막고 버스를 불태우는 등 거세게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해 대응했고 공포탄을 쏘기도 했다.

쇠막대 등 흉기로 무장한 친정부 지지자들은 반정부 시위대가 세운 텐트 등을 철거하면서 공격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콜롬보 인근에서는 여당 의원이 반정부 시위대에 발포해 1명을 숨지게 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남부 위라케티아에서는 또 다른 여당 정치인의 발포로 시위대 2명이 목숨을 잃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곳곳에서 발생한 유혈 충돌과 관련해 5명이 사망했고 약 180명이 다쳤다.

정부는 지난 7일부터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했으며 전날 오후부터는 전국에 통행금지령도 내려졌다. 콜롬보 등에는 군 병력도 파견된 상태다.

샤벤드라 실바 군참모총장은 "싸우고 죽이고 불태우기만 해서는 안된다"며 진정하고 공공 및 개인 자산을 훼손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2019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후 형 마힌다를 총리로 지명했으며 이후 내각 등에 형제와 사촌 등을 포진시키며 '가족 통치' 체제를 구축했다.

라자팍사 가문은 2005∼2015년에도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통치를 주도했다. 당시에는 마힌다가 대통령을 맡았고 대통령이 겸임하는 국방부 장관 아래의 국방부 차관은 고타바야가 역임했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