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팍사 총리는 사퇴, 동생 대통령은 버티자
시위 격화에 통행금지령·“5명 사망·180명 부상”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반 정부 시위가 점점 더 격화하고 있다. 성난 민심은 집권 가문인 라자팍사로 향해 그 조상 집까지 불태웠다.
10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언론과 외신을 종합하면 전날 오후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시위대가 모든 라자팍사 가문 인사들의 퇴진을 요구하며 남부 함반토타에 있는 라자팍사 가문 조상집을 불 태웠다.
총리의 동생인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물러날 뜻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함반토타에서 시위대는 인근 라자팍사 가문 기념관을 훼손하고, 총리-대통령 형제의 부모 밀랍상도 파괴했다.
중서부 쿠루네갈라에 있는 총리 별장은 물론 일부 현역 의원의 집, 라자팍사 가문의 측근이 운영하는 네곰보의 호텔 등도 불탔다.
시민들은 수도 콜롬보의 총리 집무실 인근에서도 길을 막고 버스를 불태우는 등 거세게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해 대응했고 공포탄을 쏘기도 했다.
쇠막대 등 흉기로 무장한 친정부 지지자들은 반정부 시위대가 세운 텐트 등을 철거하면서 공격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콜롬보 인근에서는 여당 의원이 반정부 시위대에 발포해 1명을 숨지게 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남부 위라케티아에서는 또 다른 여당 정치인의 발포로 시위대 2명이 목숨을 잃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곳곳에서 발생한 유혈 충돌과 관련해 5명이 사망했고 약 180명이 다쳤다.
정부는 지난 7일부터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했으며 전날 오후부터는 전국에 통행금지령도 내려졌다. 콜롬보 등에는 군 병력도 파견된 상태다.
샤벤드라 실바 군참모총장은 "싸우고 죽이고 불태우기만 해서는 안된다"며 진정하고 공공 및 개인 자산을 훼손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2019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후 형 마힌다를 총리로 지명했으며 이후 내각 등에 형제와 사촌 등을 포진시키며 '가족 통치' 체제를 구축했다.
라자팍사 가문은 2005∼2015년에도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통치를 주도했다. 당시에는 마힌다가 대통령을 맡았고 대통령이 겸임하는 국방부 장관 아래의 국방부 차관은 고타바야가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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