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저격수’ 황운하, 대통령 30년지기 경쟁자 수사
청와대→경찰 김기현 첩보, 출처는 송철호 캠프
송철호 당선 후 황운하는 대전청장 발령
경선포기 임동호, 황운하 21대 총선 공천 받아
울산 선거개입 재판, 2년째 1심도 안끝나
대법원장 이례적 인사조치로 재판 지연
‘하명수사’ 피고인 황운하는 ‘검수완박’ 주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30일 국회에서 가결된 검찰청법 개정안은 공직자범죄, 선거범죄에 대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이날 172명이 찬성표를 던졌는데,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도 포함돼 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황운하 의원은 경찰 재직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시를 받아 ‘하명 수사’를 통해 울산시장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입니다. 청와대가 요구하는대로 수사를 벌인 혐의 당사자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삼으며 입법에 참여한 셈입니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대표적인 권력남용 사례로 지적됐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의 부당한 인사조치로 인해 재판이 장시간 공전하며 결론이 한없이 늦춰졌습니다. 그 사이 문재인 대통령의 30년지기 송철호 울산시장은 임기를 거의 다 채웠고 재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30년 지기’ 경쟁자 수사 착수한 울산 경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뒤, 2017년 9월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울산의 한 식당에서 송철호 변호사를 만납니다. 송철호 변호사는 1992년부터 국회의원이나 시장을 포함해 총 8차례에 걸쳐 선거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던 인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지기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황운하 청장은 '김기현 울산시장과 관련된 토착비리 범죄첩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합니다. 또 김기현 시장 관련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던 지능범죄수사대장, 지능3팀장, 팀원, 지능1팀장을 향해 ‘수사 의지가 없다’며 질책하고, 결국 정기인사 기간이 아닌데도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경찰 3명을 좌천인사 조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청와대 하명수사’로 인한 것이라는 겁니다. 김기현 시장 형제를 고발했던 당사자와 평소 친분관계를 유지하던 성모 경위를 지능범죄수사대에 배치한 점도 의심하고 있습니다.
반면 황 의원은 토착비리 범죄 수사를 언급한 건 원론적인 지시였을 뿐, 김기현 시장을 특정해 말한 적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이 좌천 인사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허위 보고에 따른 정당한 문책 인사였다고 설명합니다.
청와대→경찰로 내려간 김기현 첩보, 출처 파악해 보니 송철호 캠프
수사팀이 교체된 이후 울산경찰은 김기현 시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합니다. 2018년 2~3월,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과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신청합니다. 김기현 울산시장의 형과 동생이 아파트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 남겨놓은 시점에 수사상황이 보도됩니다.
고발인과 친분관계가 있던 성모 경위는 사건관계인을 협박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성 경위를 직위해제하자고 했지만, 황운하 청장은 지방선거 전까지 수사대에 잔류시킵니다.
특이한 점은, 이러한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등장한다는 겁니다. 경찰은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김기현 시장 수사 상황을 총 18차례에 걸쳐 청와대에 보고합니다. 청와대가 앞서 2018년 2월 ‘청와대 하달 첩보에 대한 수사 상황을 파악해서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찰 수사상황 보고서는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통해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전달됩니다.
사실 울산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근거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내려보낸 첩보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검찰에서 영장을 기각하자 청와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실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검찰 관계자에게 연락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황 의원은 경찰청 상황은 알지 못하고, 최소한 울산경찰청은 그러한 보고나 연락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청와대가 경찰에 내려보낸 첩보의 출처가 송철호 캠프에 있던 송병기 씨였다는 겁니다. 송철호 캠프에서 경쟁자에 대한 비위 첩보를 생성해 청와대에 전달하고, 청와대는 다시 이 내용을 울산 경찰에 내려보내 수사를 하도록 지시한 겁니다.
경찰의 강제수사가 언론에 보도되자 송철호 캠프는 선거 당일이 임박한 시점에서 ‘23년의 독점권력이 오늘의 김기현 시장 측근과 친인척 비리로 이어졌다’거나, ‘시청과 비서실장실이 압수수색 당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출마한 김기현 시장’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유포합니다.
송철호 당선 후 황운하는 대전청장 인사 혜택…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 받아
황운하 울산청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을 맡으며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최전선에 섰던 인물입니다. 송철호 후보가 울산시장에 당선하자, 이듬해에는 대전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합니다. 황운하 청장은 대전 출신입니다. 치안 총괄 책임자로 지역 사회에 인지도를 높인 그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 중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당선합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인사를 통해 사실상 선거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첩보를 제공했던 송병기 씨는 울산시 경제부시장에 임명됩니다. 송병기 씨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만나 이러한 내용을 전달한 경위는 청와대도 명쾌하게 설명을 못합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캠핑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사이”라고 해명하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하태경 의원이 밝힌 바로는 ‘선거 캠프’를 잘못 이해한 청와대 관계자가 브리핑을 하는 도중 ‘캠핑장에서 만났다’라고 언론에 알렸다는 겁니다.
청와대가 당내 경쟁자 출마를 포기하도록 유도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원래 당내 경선에 출마하려던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위원장은 선고를 포기합니다. 송철호 후보는 인지도에선 월등히 앞섰지만, 임동호 위원장은 2002년부터 15년 넘게 당무를 맡아온 정당인이었습니다. 검찰이 파악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임동호 위원장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오사카 총영사 자리로 가면 좋겠다’고 언급했고, 이후 대통령 인사수석비서실에선 임동호 위원장에게 ‘검토 중인데 어디로 가시겠느냐’고 문의했습니다.
송철호 시장 당선 이후 임동호 위원은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울산 중구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습니다.
대법원장의 이례적 인사로 ‘선거 개입’ 재판 지연… 송철호는 임기 채워
서울 시내 법원은 판사 순환 근무지 중에서 지원자가 많습니다. 거주지, 교육 문제를 고민한 것은 판사들도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형평성 차원에서 순환근무가 생깁니다. 따라서 서울중앙지법에는 3년을 채우면 예외없이 인사가 납니다. 2017년, 2018년 정기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에 3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하명수사 재판을 맡은 김미리 부장판사는 2021년 법원 인사에서 3년 근무연한을 채우고도 그대로 유임됩니다. 황운하 의원을 비롯해 송철호 시장, 송병기 전 부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대거 기소된 시점은 2020년 1월29일이었습니다. 김미리 부장판사는 무려 1년 4개월 동안이나 준비기일만 열고 본격적인 법정공방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김 부장판사가 건강상 문제를 내세워 재판부에서 빠지고, 새 재판부가 들어왔고 2021년 11월에서야 첫 증인신문을 시작합니다. 이 재판은 올해 내에 1심 선고가 날지도 불투명합니다.
피고인 신분으로 4년 임기를 다 채운 송철호 울산시장은 재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김미리 부장판사의 더딘 재판 진행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이례적 인사조치가 결합되면서 황운하 의원 역시 신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형제의 인·허가 비리 고발자였던 건설업자 김흥태 씨는 지난 2월 법정에 출석해 울산 경찰의 권유로 고발장을 제출하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지능범죄수사대 내부에서 팀별로 약정서를 가지고 의논하고 의논한 결과 변호사법 위반같이 보인다고 얘기해줬다”면서 “변호사법 위반 고소장을 제출하면 (사건을) 맡겠다고 해서 그때 제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검찰의 수사대상 범죄를 기존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로써 검찰은 공직자의 선거범죄 등을 수사할 수 없게 됐습니다. 수사 검사가 기소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규정됐습니다.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다고 해서 기존 검찰의 수사영역이 온전히 경찰로 수평이전 되는 게 아니다. 검찰이 가진 6대 범죄 수사권이 어디로 가느냐? 정확하게 말하면 어디로 가는 게 아니고 그냥 증발하는 것이다. 국가 수사 총량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지난 4월 6일, 황운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신 내용입니다. 황 의원은 “증발한다는 것은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전해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다는 의미이고, 검찰처럼 수사와 기소를 같이 하는 사건이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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