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최근 2년간 기초생활보장 신청 건수 7150건
제외 건수 3597건…전체 신청 50.3%나 돼
“소득인정액 초과·부양의무자 이유로 제외돼”
“지원 위해 자택 처분하면 ‘빈곤 나락’ 갈 수도”
“소득인정액 반영 주택 자산 기준 상향시켜야”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최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주택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들 모자처럼 기초생활보장을 신청했지만, 재산과 소득 초과를 이유로 탈락된 이들이 신청자 중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창신동 모자’가 사망한 자치구인 종로구에서 신청이 접수된 기초생활보장 신청 건수는 2021년과 2020년 각각 3275건, 3847건이었으며, 선정에서 제외된 건수는 1599건, 1998건으로 총 3597건이었다. 최근 2년간 신청된 총 7150건 중 50.3%(3597건)였다. 기초생활보장 선정에 제외된 주된 사유에 대해 종로구 관계자는 “(신청자의)소득이나 재산으로 인해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의 기준에서 초과했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었던 것이 확인돼 선정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창신동 모자 역시 지난해 12월 구청에서 기초생활보장을 신청했지만 재산이 초과된다는 이유로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기초생계급여는 소득과 재산 평가액을 더한 소득인정액이 2인 기준 97만8026원 이하일 때 수령이 가능하지만, 대상자가 1930년대 지어진 낡은 집을 갖고 있어 이보다 높게 책정된 것이 이유였다. 이에 대해 종로구 관계자는 “주택을 갖고 있으면 개인 소득에 반영된다”며 “서울 공시지가가 높아 창신동 모자가 소유한 자택도 공시가격으로 1억원을 상회했다. 이를 월급여로 환산했을 때 200만원이 넘어 기초생활보장 대상에 들어가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종로구 외에도 재산이 초과하거나 부양의무자가 있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서 선정되지 않는 경우는 여타 자치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시가 제공한 올해 3월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 국민기초생활 신규신청 건수 및 수급자 수’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가장 많은 3개 구는 ▷노원구(3만2358명) ▷강서구(3만965명) ▷중랑구(2만7374명) 등이었다.
종로구처럼 다른 구에서도 소득과 재산을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신청에서 제외된 건수는 대부분 해마다 절반을 넘었다. 중랑구의 경우 2021년 기초생활보장 신청 건수 1만4007건 중 제외된 건은 7164건(51.1%)이었다. 2020년에는 총 신청 건수 1만6807건 중 1만1404건(67.9%)이 신청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원구 역시 2021년과 2020년 기초생활보장 신청 건수는 1만2197건, 1만490건으로, 이 중 탈락된 건수는 각각 6900건(56.6%)과 5040건(48.0%)이었다. 이에 대해 중랑구 관계자는 “부동산이나 채권 등 재산을 초과하거나 부양의무자의 소득 수준이 인정돼 기초생활보장 대상에 충족하자 않은 것에 신청에서 제외 된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창신동 모자처럼 일정 수준의 재산이 있어도 기초생활수급자에 선정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재심사가 이뤄지는 곳은 자치구마다 제각각이었다. 노원구는 올해 1월부터 ‘복지 더 채움’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기초생활보장 중 생계급여 수급을 신청했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은 주민들의 사례를 재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종로구의 경우 정부 지원이 시급한 주민들을 해당 지역 통장이 직접 발굴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기초생활보장에서 제외된 이들에 대한 재심사를 진행하고 있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창신동 모자의 사례처럼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도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이를 처분할 경우 지속적인 ‘빈곤의 나락’에 빠질 수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자택이 있어도 실질적인 소득이 없는 대상자들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기초생활보장 신청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봤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창신동 사건처럼 개인이 주택 등 부동산 자산이 있어도 이를 당장 처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이 재산을)처분했을 경우 계속 빈곤의 나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과 독일의 경우 주택 등 개인 자산이 있어도 대상자의 상황에 따라 긴급지원이 이뤄진다”며 “주택 재산을 개인소득에 반영하는 기준액을 상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종합부동산세를 내야할 정도의 고가의 자택을 가졌을 때 소득인정액에 반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제언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