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에 자체개혁안 전달
수사권 박탈 위기에 놓인 검찰이 그동안 문제로 지적받아온 수사 공정성 확보 차원의 자체 개혁방안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줄곧 실효성 논란이 이어진 수사심의위 제도가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검찰청은 21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건의한 ‘검찰 수사기능 폐지법안 관련 의견’의 자체 개혁안에서 검찰 수사심의위 실질화·법제화 추진을 강조했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수사 공정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사심의위 권한 강화를 내건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검찰권에 대한 시민 통제 차원에서 2018년 도입됐지만 그동안 제도 취지가 무색하게 실효성을 비롯한 제도 운영 전반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주요 사건의 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수사 계속 여부 등을 두고 검찰 외부 시민들의 심의를 받는 제도인데 소집 사건을 판별할 기준부터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심의에 필요한 시간 등 물리적 한계와 위원 자격 논란 등이 문제되면서 폐지 주장까지 나왔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수사심의위 심의 결과가 권고적 효력에 그친다는 점이었다. 2020년 6월 ‘삼성 합병 의혹 사건’으로 열린 수사심의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로 의결했다. 하지만 검찰은 계속 수사를 이어가다가 같은 해 9월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채널A 사건’으로 열린 수사심의위도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2020년 7월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결을 했으나 수사는 1년 9개월간 더 이어져 최근에야 무혐의로 마무리됐다. 수사심의위가 열렸지만 수사 통제의 실효성이 없었던 셈이다.
검찰이 이번에 제안한 개혁안에는 수사심의위에 사실상 기속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과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하면서 미국식 ‘기소대배심’처럼 운영될 수 있도록 해 법제화 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행 규정상 사건관계인과 해당 수사를 맡은 검사장에게 부여된 소집 요청권한을 국회 법제사법위원원회 위원장, 법무부장관,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제3자에게도 확대하고, 심의 대상을 수사 착수 여부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검찰권 남용 내지 과도한 수사라는 비판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온 직접수사 사건의 경우 수사 착수시 총장 승인을 받거나 수사심의위 심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사심의위의 근거 규정인 운영지침이 대검 예규지만, 기속력 강화 차원에서 실제 법제화가 이뤄지려면 국회 논의가 필요한 만큼 수사권 박탈 법안의 입법 추진 상황이 검찰 자체 개혁 추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자체 개혁방안의 경우 일선 의견을 수렴해 즉시 시행 가능한 것은 5월 중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설치 계획인 ‘검찰 공정성·중립성 강화 위원회’ 등을 통해 검토해 시행 여부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수사권 박탈 법안 추진과 관련한 검찰 내 반발은 검사들을 넘어 수사관들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고검 관내 수사관 280명은 전날 오후 7시부터 5시간 40분간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검찰수사관의 전문화된 수사역량이 사장돼 점점 복잡·다양해지고 지능화되는 범죄로부터 더 이상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게 될까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안대용 기자
dand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