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억개, 56개, 5%, 23억개, 300원. 풀어보면 6월 10일부터 시행될 제도와 관련 있다.

연간 소비하는 일회용 컵은 28억개. 1인당 56개꼴이다. 그중 회수·재활용하는 컵은 5%뿐. 정부는 6월 10일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한다. 보증금제가 적용될 컵은 23억개로 추산되며, 개당 300원의 보증금을 내야 한다.

컵 보증금제에 앞서 지난 1일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가 시행됐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과태료 없는 규제’로 귀결됐다. 과정이 특히 개운치 않다. 처음 시행하는 제도도 아니다. 잠시 유예했다가 재개하는 것이며, 재개 시기 역시 오래전 예고해왔다. 시행 직전에 이르자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반발이 거론됐고,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 우려를 표했다. 결국 환경부는 재개 하루 전날 ‘과태료 부과’ 대신 ‘안내 중심 계도’로 물러섰다.

일회용 컵은 편리하다. 소비자도 업주도 한 번 쓰고 버리면 끝이다. 심지어 싸다.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통상 30원 이하로 유통된다. 당연히 업주로서는 머그잔을 씻는 인력이나 설비를 갖추는 것보다 일회용 컵을 쓰고 버리는 게 더 이익이다.

본질은 여기에 있다. 편리함과 저렴함. 코로나19 때문에 일회용 컵이 불가피하다는 건 그럴듯한 명분에 가깝다. 머그잔이 불안하다면 식당 그릇도 불안해야 한다. 코로나19 우려로 머그잔 대신 일회용 컵을 써야 한다면 식당에서도 그릇, 수저, 물컵을 모두 일회용으로 바꿔야 옳다. 결국 본질은 코로나19가 아니다. 편리함과 저렴함에 익숙한 문화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도 무리할 리 없다. 편리함에 밀리고 저렴함에 밀리고 대세에도 밀렸다. 그렇게 우린 또 일회용 컵을 쓴다.

처벌도 없는 계도가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오히려 아니한 것보다 못한 점도 있다. 정부가 ‘일회용 컵은 코로나19에 효과적이고 머그잔은 그렇지 않다’고 공인한 꼴이 됐으니 말이다.

더 큰 우려는 6월 10일 컵 보증금제다. 일회용 컵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재활용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당연히 반발은 더 클 것이다. 시행 직전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컵 보증금제 취지는 명확하다. 일회용 컵 사용에 보증금(300원)을 부과해 최대한 일회용 컵 사용을 자제하고 보증금 회수를 통해 사용한 일회용 컵 수거를 늘리겠다는 제도다. 일회용 컵 대부분은 매장 내 사용이 아닌 테이크아웃에 쓰인다. 보증금제는 바로 이 테이크아웃 문화를 겨냥한 제도다.

소비자는 보증금을 더 지불해야 하고, 업주는 이에 필요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보증금을 지불한 소비자는 다시 그 컵을 반환해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사용 고객은 105개 프랜차이즈 브랜드 어디에서나 컵을 반납할 수 있고 자원순환보증금센터에서 보증금을 통합 관리·지급해주니 업주도 금전적으로 손해 볼 일은 없다.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규모도 큰 제도다. 일회용품 절감 효과도 클 것이며, 당연히 소비자나 업주의 반발도 클 것이다. 예상 가능한 반발이다. 그리고 이 반발은 미래 세대를 위해 언젠가는 겪어야 할 성장통 같은 것이다. 이제 2개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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