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민법에 ‘인격권’ 명문화 입법 예고
그동안 사진·이름 도용해도 위자료만 인정
퍼블리시티권 도입→ 재산권 침해로 거액 배상 가능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과속스캔들’로 유명한 아역배우 왕석현 군은 2019년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하는 S사를 상대로 성명권·초상권 침해에 대한 4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인정된 배상액은 500만원에 그쳤다. 2016년 배우 송혜교 씨는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귀걸이를 판매하던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인정된 위자료는 고작 100만원이었다. 2013년 배우 장동건 씨 등 연예인 60명도 자신의 사진과 이름을 무단 사용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제작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손해배상액은 1인당 300만원씩에 불과했다.
앞으로는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 등을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거액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민법에 인격권 조항을 신설하고, 초상권이나 성명권도 재산권으로 인정받게 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5일 이같은 내용의 인격권 및 인격권 침해배제·예방청구권을 명문화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무부는 인격권을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자유, 명예, 사생활, 성명, 초상, 개인정보, 그 밖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라 정의했다. 개인이 아닌 법인도 인격권 대상이 된다.
그동안 인격권은 개인 고유의 권리로, 재산권으로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상업적 사용을 허용하기가 어려웠다. 유명인의 이름이나 얼굴을 도용해 이득을 취하더라도 재산권 침해가 아니기 때문에 손해액과 무관하게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만 배상이 이뤄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법무부는 이번 안이 입법되면 인격권 침해 중지를 청구하거나 사전적으로 침해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인격권을 재산처럼 다루는 ‘퍼블리시티권’이 처음 언급된 사건은 1995년 ‘이휘소 사건’ 때였다. 저명 핵물리학자 고(故) 이휘소 박사의 유족들은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작가 김진명 씨를 상대로 “이름을 무단 도용했다”며 법적 분쟁에 나섰지만, 법원은 성명과 초상은 인격권이라며 재산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은 1953년부터 유명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이 권리를 인정했다. 유명인의 실제 이름 외에 널리 알려진 별명도 특정인을 지칭하는 게 확실한 경우에는 퍼블리시티권 보호 대상이 된다. 성명이나 이름이 아닌 ‘목소리’의 경우에는 각 주마다 권리 인정 여부가 갈린다. 상속권도 대체적으로 인정된다. 명문 규정으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주에서는 짧게는 사후 20년까지, 길게는 사후 100면까지도 상속권을 인정한다. 다만 법인이나 단체 이름에 관해서는 퍼블리시티권을 따로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기업이 사용하는 이름은 상표권으로 보호받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법원 판결로 1960년대부터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다. 관련 법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단 도용 분쟁이 생길 경우 법원이 나서 적극적으로 보호를 해주기 때문에 입법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 특히 2012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아이돌 그룹 ‘핑크레이디’가 낸 소송에서 퍼블리시티권을 폭넓게 인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송을 당한 출판사는 핑크레이디의 허락을 받고 촬영했는데도 불구하고, 미리 계약한 ‘출판물 촉진’이 아닌 ‘다이어트 기사’ 게재용으로 사진을 썼다는 이유로 배상책임을 졌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명인의 실명 뿐만 아니라 음악그룹의 명칭도 퍼블리시티권 보호 대상이 된다.
dingd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