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내 피 때문에 불편하다면…어떻게 해야 할지”

얼마전 ‘친중논란’이 일었던 중국계 캐나다인 가수 헨리가 마포경찰서 학교폭력 예방 홍보대사로 위촉된 후 논란이 되자 서툰 한글로 올린 해명 글이다.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헨리는 팬들과 자신 사이에 소통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한다. 차라리 말 실수라면 수정이 가능하다. 그래서 소통이 잘못됐다는 오해를 풀고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내 피 때문”이라고 하면 해결책이 없어진다.

그는 SNS에 “진짜 마음이 아픈 건 대부분 저의 행동이나 말 때문에 불편한 게 아니고 저의 피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썼다. 바꿀 수 없는 부분을 건드리니 자신도 답답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헨리는 중국 혈통이라 중국의 역사왜곡에도 어쩔 수 없다”라고 받아줘야할까. 그러기는 어려울 것 같다.

헨리는 중국보다도 한국의 연예생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아티스트다. 그런데 친중 행보를 걷는 것 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중국방송에서 한국문화가 왜곡당하는 것을 보고도 침묵한다는 건 한국 국민으로서는 참기 힘들다.

물론 헨리의 ‘친중논란’속에는 사이버 렉카들이 조장한 혐모와 조작된 루머, 비난, 조롱이 섞여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부분을 철저하게 가려내야 할 것이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헨리가 직접 나서 SNS에 글을 올려 “왜 나에게 낙인을 찍나”라는 약간 감정섞인 뉘앙스를 전달한 것부터가 문제다. 이럴 때 소속사가 나서 잘못된 부분부터 해결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소속사는 뒤늦게 “부정확한 표기와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혼란을 초래한 점 송구스럽다”며 사과했지만,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팬이야 이 생각, 저 생각 다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가? 그것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책임은 연예인에게 있다.

헨리는 홍콩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을 캐나다에서 보냈다. 캐나다-중국-대만-한국에 대해 경계인의 장점을 살려나가는 ‘문화인’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내 피 때문에” 발언으로 더욱 갈라치기가 된 듯하다. 이렇게 소통을 하면 해답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추자현이 최근 중국 SNS에 올린 영상중 라면과 김치를 먹는 장면에서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표기해 논란이 됐다가 해명한 소통법도 아쉬움을 남겼다.

추자현의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는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고민하며 반복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법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그간 김치와 파오차이의 번역 및 표기는 관용으로 인정하여 사용할 수 있었으나, 작년 7월 시행된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훈령 이후 신치(辛奇)로 표준화하여 명시한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고유 음식의 이름을 바로 알고 사용하며 올바른 표현이 더욱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언듯 보면 숙고한 정석 플레이 같다. 하지만 ‘신치’라는 단어를 몰라다고 해서 논란이 된 것은 아니다. 나도 신치라는 단어를 이번에 처음 들었다. ‘신치’를 몰라도 ‘김치’라고 쓰면 된다. 중국인과 외국인들이 본다는 점을 이해해준다 해도 ‘gimchi’라고 자막을 달면 되는 것이다.

‘김치’를 먹으면서 배추를 소금에 절인 음식인 ‘파오차이’라고 자막을 다는 건 잘못됐다. 더구나 중국은 파오차이가 김치의 기원이라고 우기는 상황이 아닌가?

중국의 ‘김치공정’ ‘한복공정’ 등이 벌어지고 있는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잘 몰라서 그랬다” “노래만 해서…, 연기만 해서 이런 데는 어둡다”는 변명은 이제 안통한다.

한중관계뿐 아니라 콘텐츠 산업은 이미 글로벌화됐다.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어워즈를 비롯해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밝힌 것에 세계적 반응이 나오고 있는 시대다. 특히 양 국에서 활동하거나 양 국에 걸쳐있는 연예인은 구독자수나 매출만 생각하지 말고 생활사, 생활문화 정도는 정확히 알고 활동에 나서야 한다. 그래도 본인이 원치 않는 논란이 생기다면, 좀 더 생각을 하고 소통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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