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거장’ 피아니스트 신창용

솔리스트 최초 롯데콘서트홀 상주음악가

28일 모차르트·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연주

한 무대에서 두 개의 협주곡 첫 시도

콩쿠르 결과보다 과정이 성장의 발판

새로운 레퍼토리 찾아 들려드리고 싶어요

‘MZ세대’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신창용은 롯데콘서트홀의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앞둔 첫 연주회와 2002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준비로 여념이 없다. 본선 진출자 발표를 이틀 앞두고 진행되는 연주회인 만큼 음악계에선 ‘미리 보는 콩쿠르 무대’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번 연주회에선 서로 다른 두 개의 협주곡을 연주하는 도전을 이어간다.[롯데문화재단 제공]
‘MZ세대’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신창용은 롯데콘서트홀의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앞둔 첫 연주회와 2002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준비로 여념이 없다. 본선 진출자 발표를 이틀 앞두고 진행되는 연주회인 만큼 음악계에선 ‘미리 보는 콩쿠르 무대’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번 연주회에선 서로 다른 두 개의 협주곡을 연주하는 도전을 이어간다.[롯데문화재단 제공]

피아니스트 신창용은 수사가 많다. 1994년생, ‘MZ세대’ 피아니스트. 여느 클래식 연주자와 달리 대중친화적 행보를 시도하는 ‘소통의 달인’. 그러면서도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온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이한 수사들이다. 무대 위와 무대 밖의 모습도 너무나 다르다. 피아노 앞의 그는 모든 순간 진지하고 엄격하다. 무대를 내려와 카메라 앞에 있을 땐, 입담이 폭발한다. 피아노 앞에선 볼 수 없던 캐릭터가 등장한다. 자타공인 “두 개의 자아”가 맹활약 중이다.

“저도 몰랐는데 그렇더라고요. 평소엔 밝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피아노를 칠 때도 똑같이 하고 싶진 않은 것 같아요. 일상과는 반대되는 내면, 고통이나 슬픔 등 많이 겪지 않는 감정들에 대한 갈증을 음악 안에서 해소하는 느낌이에요.”

최근 미국에서 입국, 오는 28일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 무대 준비에 한창인 신창용을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첼리스트 문태국과 함께 롯데콘서트홀의 인하우스 아티스트(상주 음악가)로 선정, 오래 기획하고 준비한 첫 무대를 기다리고 있다. 신창용은 “솔리스트가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것은 처음이라 스타트를 잘 끊어 앞으로 나올 상주 음악가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설렘과 책임감을 가지고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무대 안팎을 넘나드는 다양하고 폭넓은 활동을 하지만, 그의 행보는 일관된 방향을 향해있다. 음악 안에서 ‘도전과 성장’, ‘배움’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이번 무대 역시 신창용에겐 도전이자 배움의 연장이다. 그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곡, 하루에 피아노 협주곡 2곡을 연주한다. “두 개의 협주곡을 한 무대에서 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피아니스트로서 이런 무대를 할 수 있는 기획 자체가 많지 않았어요. 오케스트라의 정기 연주회 협연과는 다른 무대, 제가 중심이 된 무대를 만들려다 보니 두 개의 서로 다른 협주곡을 고르게 됐어요.”

두 곡을 선택한 것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작곡가의 아픔이 묻어난 곡들이 감정선을 건드렸다”고 한다. ‘두 개의 자아’가 프로그램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 “저도 모르게 평소 생활하는 자아와는 다른 자아를 연주할 때 끄집어내고 싶어하는 건지, 이런 곡들을 좋아하더라고요. 모차르트는 27개의 콘체르토(협주곡) 중 마이너로 된 곡이 거의 없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곡이 20번이에요. 어릴 때부터 들어와 제일 좋아하는 협주곡이기도 하고요. 두 곡 모두 작곡가들이 힘든 시기에 쓴 곡이라 개인적 아픔과 내적인 표현들이 잘 나타나 있어요. 그 부분들이 많이 와 닿았어요.”

서로 다른 작곡가가 각기 다른 시대와 환경에서 쓴 협주곡을 한번에 소화하려다 보니, 미처 몰랐던 어려움도 따라왔다. 무엇보다 “체력 안배가 걱정”이라고 한다. 깊은 감정의 파고를 넘나들어야 하는 만큼 꾸준한 집중력도 요구된다. “지금은 두 곡을 계속 쳐보는 연습을 하면서 에너지 분배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이날 들려줄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신창용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2018 지나 바카어우 국제 피아노 콩쿠르 파이널에서 연주한 곡이기도 하다. 때마침 2022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출전, 본선 진출자 발표를 이틀 앞두고 진행되는 연주회인 만큼 음악계에선 ‘미리 보는 콩쿠르 무대’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콩쿠르와는 별개로 연주회를 즐겨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4년 전과 지금의 전, 지나온 시간만큼 감정의 깊이가 달라져 해석의 차이도 생겼을 거예요. 그 때와 달리 지금은 피아니스트로서 더 많은 이야기와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다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고요. 그런 변화를 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도 같아요.”

새로운 레퍼토리를 탐구하는 데에 두려움이 없고, 누군가에겐 고통스러운 기억인 콩쿠르 무대 역시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 그는 “피아니스트는 평생 모든 곡을 못 치고 끝을 낸다”며 “지금도 그렇게 많은 레퍼토리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금씩 늘려가고 있고, 더 늘리고 싶고 배우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야 저에게서 새로운 음악적 모습을 찾을 수 있고, 또 다른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으니까요.”

이미 최정상에 올랐으면서도 콩쿠르에 도전하는 것 역시 이런 생각 때문이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터져 나오는 배움을 향한 열망과 음악에 대한 탐구가 그를 굳이 힘든 길로 이끈다. “콩쿠르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결과가 좋으면 좋겠지만, 결과가 안 좋다고 그 사람의 실력이 부족한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모든 콩쿠르는 사람이 심사하는 만큼 주관적이니까요. 결과를 떠나 콩쿠르를 준비하는 동안 얻는 발전이 부스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의 성장이 음악가로서도 빠른 시간에 발전을 이룰 수 있고요.”

피아노를 배우던 형 옆에서, 유치원 선생님 옆에서 피아노 연주를 따라치며 ‘신동’ 자질이 보였던 네 살 짜리 꼬마는 어느덧 30대를 앞두고 또 다른 미래를 그려간다. 그는 “10대, 20대는 해야 하는 것을 위해 열심히 달린 시기였다면 30대부턴 해온 것을 늘려갈 수 있는 시기”라고 봤다.

“30대는 멋있는 삶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음악가로서,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더 멀리 보며 가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연주마다 궁금해지는 음악가, 감동을 줄 수 있는 연주자를 꿈꿔요.”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