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앤디 워홀이 말했죠. 내 작품의 표면만 봐라, 이면에는 아무 것도 없다라고요. 제 그림에도 비어 있는 기호들이 끊임없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아토마우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국내 팝아트의 대표주자 이동기(47)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들이 서로 아무런 관련 없이 부유하는 기호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쉬르(F. Saussureㆍ스위스 언어학자)가 언어를 기표와 기의로 결합된 기호체계로 구분한 데서 현대미술이 많은 영향을 받았다”면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데 소쉬르의 정의를 인용했다.
이미지 과잉의 시대, 작가의 말에 따르면 오늘날의 이미지들은 불확실한 의미 속에서 무작위적으로 조합된 ‘아노미(Anomie)’ 상태에 있다.
이동기 작가가 이미지 아노미를 구현한 작품들로 26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중력을 잃고 떠도는 이미지들, 그래서 전시 제목도 ‘무중력(Zero gravity)’이다. 그의 ‘절충주의’ 연작 중 하나인 ‘파워세일’은 야구공, 크루즈, 유람선, 전단지 등 맥락없는 이미지들의 아노미 상태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다.
이동기는 1994년 한 그룹전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아토마우스(Atomouseㆍ아톰과 미키마우스를 합성해 만들어 낸 만화 캐릭터)’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작가다. 캐릭터 덕분에 많은 기업들과 상업적인 협업도 진행했다. 2010년에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쌍용자동차 ‘코란도’와 아토마우스 협업을 진행했고, 2011년에는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헤라’와 패키지 협업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동화약품과 ‘활명수 117주년 한정판’을 공동 제작했다.
캐릭터 하나로도 충분히 잘 나가는 작가는 여전히 ‘다른 작업’에 목마르다고 말했다.
“아토마우스가 너무 많이 알려져서 의도했던 것 이상으로 아토마우스 작업을 많이 했어요. 앞으로는 다른 방향의 작업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에는 사뭇 다른 콘셉트의 시리즈 작품들이 뒤섞여 있다. TV 드라마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을 만화적 기법으로 그려낸 로이 리히텐슈타인풍의 구상 작품들과,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추상 작품들을 함께 선보인 것. 특히 절충주의 시리즈에서는 구상과 추상 사이 균형을 찾기 위한 고민의 흔적마저 엿보인다.
작가는 왜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작업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걸까.
“현대미술이 개념적인 것을 강조하면서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어떤 개념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들 생각해요. 또 한가지 주제에 깊이 천착하려고 하죠. 그런데 저는 그런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전시는 12월 28일까지 갤러리현대 신관(종로구 삼청로)에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