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투표 못한다’는 안내에 시민들 항의

“아르바이트일 뿐인데”…선관위 직원들 맞대응

본인확인동의서 몰라 우왕좌왕한 직원도

밀봉 안된 투표 봉투엔 “접어서 주라”는 답변만

법세련·자유호국단 등 시민단체들, 잇달아 고발

전문가들 “선관위, 확진·격리자 투표 홍보 부족”

“사전투표 전 여러 시나리오 대비했어야”

지난 5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1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 투표하러 온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
지난 5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1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 투표하러 온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자기 믿고 투표용지 건네도 된다는 투표소 직원은 (시민들과)실랑이가 계속되자 ‘나는 아르바이트생일 뿐인데 왜 화를 내냐’며 도리어 같이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노원구의 한 투표장을 찾은 임모(27·여) 씨는 투표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3시55분께 확진자에 대한 투표 안내 문자를 받고 부랴부랴 투표장을 찾았다. 그러나 임씨가 마주한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한다.

임씨가 찾은 투표장에는 투표소는 야외에, 투표함은 지하에 있었다. 이로 인해 확진자들이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면 직원들이 투표자들의 기표용지를 일괄적으로 모아 지하에 비치된 투표함에 넣어야했다. 임씨는 “현장에서 투표자 본인이 아닌 직원이 대신 투표함에 넣는 안내를 받고 다들 ‘이게 뭐지’라면서 어리둥절하거나, ‘아, 이럴 거면 안 한다’고 돌아가는 분, 투표장 직원들에게 화내는 이들로 나뉘었다”며 “투표함을 밖으로 올려 달라는 항의에 ‘선거법 위반’이라고 거부하고, 기표된 용지도 밀봉이 안 돼 항의하니 ‘입구를 접어서 주면 된다’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투표 봉투에 기표지가 들어있는지도 구분 못해 직원들이 자기들 손에 뭉텅이로 봉투를 잡고 뒤지는 데 뭘 어떻게 더 믿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지난 4~5일 진행된 가운데 투표장을 찾은 확진자·격리자를 중심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원성이 자자해지고 있다. 사전투표 기간 각 투표장에서는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지 못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안내받은 이들이 대다수였다.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 [연합]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 [연합]

투표 과정에서도 직원들이 기표된 투표용지를 소쿠리·비닐봉지 등에 담아 운반하는 모습이 포착돼 투표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지난 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투표장을 찾은 김모(32·여) 씨는 오후 5시 정각에 맞춰 도착해 대기 순번표 2번을 받았지만 일반인들의 투표가 끝나지 않아 무려 50분을 기다려야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사전투표 일정을 제외하고 투표 과정, 확진자 관리 등 정리된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원들도 본인확인동의서 내용을 몰라 현장에서 숙지한 뒤에 투표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대기 줄 뒤편 사람들은 (종이를)받쳐 쓸 보드도 따로 받지 못해 불만이 가득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밀봉되지도 않은 투표 봉투를 소쿠리에 넣고 오니, 정치를 잘 모르는 저도 찝찝하고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전투표에 대해 확진·격리자들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관위가 충분한 시나리오를 구축해 사전 대비를 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수라고 해서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며 “선관위가 여태껏 국민들에게 신뢰를 줬다면 이번 실수가 큰 비난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확진자 투표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대로 짜지 못해 대비를 하지 못한 점이 문제”라며 “확진자들에 대한 투표 과정의 홍보도 부족했고, 한 시간 뿐인 투표 시간도 애초 (오후)7시까지 두 시간을 잡는 게 더 합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선관위는 지난 6일 코로나 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에 대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럼에도 선관위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7일 오전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과 자유대한호국단은 노정희 위원장과 김세환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와 직무유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날 법세련의 이종배 대표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확진자·격리자가 투표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지 못하고 제3자인 투표사무원에게 제출하도록 한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한다”며 “공직선거법상 직접투표·비밀투표 규정을 위반한 것이므로 노 위원장 등 관계자들을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