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시리즈…30점 전시
내면에서 자연, 우주로 확장
그림 통해 편안함·위로 전달
내달 1일까지 갤러리 이즈
“세월은 흐른다. 물이 흐르듯 마음이 스치듯 세월은 흐른다. 하늘의 구름이 떠가듯 가슴깊이 울리는 소리에 따라가듯 그랬으면 좋겠다.” (작가노트 중에서)
세계는 서서히 확장했다. 크고 작은 캔버스 위에 놓인 내면의 사유들은 깊이 응축되다 발산했다. 마음속 울림들이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그의 세계는 내면에서 시작해 외부로 시선을 옮겼다. 화면 안에 우연히 떨어진 나뭇잎이 바람에 실려 여행하듯 작가의 세계는 자연으로, 우주로 나아갔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명상(Meditation)’ 전을 열고 있는 서경자(68·사진) 화백은 “내면을 담는 것에서 시작해 조금 더 새로운 것, 다른 것을 찾다 보니 (그림이) 서서히 달라지며 확장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3월 1일까지)에선 서 화백의 ‘명상’ 시리즈를 망라한 작품 30여 점이 걸렸다. 초기작인 붉고 푸른 둥근 원으로 내면의 심상을 응축과 발산으로 표현한 작품부터 우주의 기운을 담은 최근작까지 만날 수 있다.
서 화백이 ‘명상’ 시리즈를 시작한 것은 ‘거창한 계획’은 아니었다. “처음엔 이 단어를 쓰는 것을 주저했어요. ‘명상’이라는 대명제는 너무 거대하고, 누구도 답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서 화백의 예술세계가 확장되는 방식엔 인위성이 없었다. 그의 그림이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것과 마찬가지다. “초기엔 내면의 끌림에 따라 가장 좋아하는 색인 푸른색을 화폭에 담았어요.” ‘명상’ 시리즈에서 ‘푸른 이상향의 이미지’는 꽤 오랜 시간 그의 작품을 대표하는 주제였다. “여유와 평화, 과장되지 않은 느낌”이 파란색으로 표현됐다. 푸른빛에 상반되는 색깔을 찾다 붉은색으로 나아갔고, 색의 변화처럼 그림은 밖으로 확장됐다.
그의 그림은 표현 방식에서도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다. 색을 표현하는 방식도 정교하다. 보통의 서양화가 그림에 덧칠해 색감의 깊이를 만들 때, 서 화백은 흰색을 덧칠해 밑바탕을 만든다. 그 위로 가장 밝은 색부터 그림을 그린다.
“캔버스에 흰색을 10~20번씩 얇게 덧칠해 밑작업을 한 다음에 그림을 그려요. 그림에 따라 덧칠하는 횟수는 달라요. 흰색을 여러 번 칠하면 밀도가 생기고, 그 아래에서부터 청명함과 은은함이 올라와요. 그러면 다른 색과도 잘 어우러져요.” 이 방식은 최근엔 엷은 한지를 롤러로 덮어 은은하게 가려지게 한 독창적 방식의 표현으로 나아갔다. 서양미술에 한국적 기법이 조화를 이뤘다.
서 화백의 작품을 마주하면 마음속의 크고 작은 소란함이 잦아든다. 그의 시선은 황량한 공간마다 온기를 불어넣어 긍정적이다.
“제겐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명상이에요. 그렇게 그린 그림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위로를 주고 싶어요. 아무리 다른 것을 하려 해도 결국 이 자리로 돌아오더라고요. 가만히 멈춰있는게 싫어 새로운 것을 시도하겠지만, 명상 안에서 퍼져갈 거예요. 연꽃 씨앗만이 연꽃의 꽃을 피울 수 있으니까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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