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민상식 기자]높이 300m이상의 건물인 초고층 빌딩. 최근 아시아 신흥국 슈퍼리치들은 앞다퉈 세계 최고층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2010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828m)가 세계 최고층 자리를 차지하면서 ‘마천루’(摩天樓) 경쟁에 불이 붙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높이 1㎞를 넘는 킹덤타워(1007m)가 2020년 완공 예정으로 건설 중이다.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에서는 729m 높이로 ‘중난센터(中南中心)’가 건립 중에 있으며, 2020년 완공될 경우 세계 3위 마천루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위안다(遠大)그룹은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 부르즈 할리파보다 10m 높은 스카이시티(838m)를 짓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엔 마천루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에 따르면 전 세계 완공된 초고층 빌딩(높이 300m 이상)은 84개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에만 75%(63개)가 몰려있다. 특히 중국에 세워진 것이 26개다. 지구상에 세워진 마천루 10개 중 3개가 중국에 있는 셈이다. 한국에도 인천 송도국제도시 ‘송도 동북아무역센터’(305m), 부산 해운대 위브더제니스(301m) 등 2개의 초고층 빌딩이 있다.

반면 유럽은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 프랑스 파리 시내에 42년만에 들어설 예정이던 180m의 빌딩건설 계획도 찬반투표 결과 반대표가 많아 무산 위기에 처했다.

유럽에 위치한 초고층빌딩은 3개에 불과하다. 이 중 2개는 러시아에 있다. 지난해 완공된 러시아 모스크바의 주상복합 빌딩 ‘머큐리 시티타워’(338.8m)와 2010년 세워진 모스크바의 ‘캐피털시티 빌딩’(301.8m)를 제외하면, 유럽의 마천루는 영국의 ‘샤드’(306m)가 유일하다.

유럽에서 보기 힘든 마천루 샤드는 당초 유럽 최고층 건물이 목적이 아니었다. 계획 단계부터 템스강과 타워브리지 등 런던의 명소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우아한 건축물로 설계됐다. 실제 샤드는 거대하고 뾰족한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신축 중인 초고층 빌딩은 108개에 달한다. 중국에서만 66개가 건설 중으로, 전 세계 신축 중인 초고층빌딩 108개의 61%에 이른다. UAE와 인도에서 각각 9개가 건설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미국(6개), 한국(4개) 순이다.

유럽은 초고층에 집착하지 않는다. 러시아(2개)를 제외하면 유럽에서 건설 중인 초고층빌딩은 전혀 없다. 향후 착공이 계획된 마천루 프로젝트도 전 세계 139개에 달한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1곳만이 높이 320m의 주상복합 빌딩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이 초고층빌딩 건설에 매달리는 것은 마천루를 통해 자신들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음을 대내외적으로 선보이기 위해서다. 또 기업은 초고층빌딩을 건립해 브랜드를 높이고 정부는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며 정치인은 업적을 남길 수 있어, 기업가와 고위 관료간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진다. 여기에 아시아 신흥 슈퍼리치들의 과시 욕망이 더해졌다.

유럽의 경우에는 초고층 빌딩이 고풍스런 유럽 도시의 경관을 해친다는 사회적 반대가 심하다. 특히 이미 선진국에 들어선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 신흥국처럼 선진국 인증을 위해 세계 최고층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