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셔스·브랜디 물류 디지털화
日경쟁사보다 빠른 배송도 장점
K-팝부터 K-뷰티에 이르기까지 소프트파워 저변을 넓혀가는 한국이 유독 취약한 분야가 패션이다. 유명 디자이너부터 굴지의 대기업 계열 패션기업들까지 뛰어들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K-패션의 위상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고 있다. 이 난제에 스타트업들이 도전했다. 본격적으로 K-패션 수출에 나선 두 곳 모두 동대문의 DNA를 바꿔놨다는 게 특징. 첫 타깃으로 일본을 택한 것도 공통점이다.
딜리셔스(공동대표 김준호·장홍석)는 동대문의 도소매 거래방식을 디지털로 바꿔놨다. 딜리셔스가 운영하는 신상마켓 플랫폼에 도매사업자들이 제품을 올려놓으면 소매사업자들이 이를 보고 주문할 수 있다. 배송과 결제도 신상마켓 플랫폼 내에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재고관리도 수월하다. 도매 매장을 방문하기 어려운 소매사업자들의 제품 소싱을 대신했던 사입삼촌(구매·반품 전담 대행자) 역할을 신상마켓이 대신하는 셈이다. 동대문에서는 ‘모바일판 사입삼촌’, ‘동대문 카톡’이라 불린다.
딜리셔스는 지난해 12월 누적거래액 2조원 돌파, 동대문 도매상 중 80%를 넘는 1만1000개 매장 유치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일본 진출을 선언했다. 일본 소매사업자들과 풀필먼트(물류) 시스템에서 협업을 하고, 일본 시장에 특화된 동대문의 K-패션 상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딜리셔스 관계자는 “데이터 기반으로 일본 시장에 적절한 제품을 골라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며 “하반기께 글로벌 무대에서 플랫폼만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시스템 표준화 작업을 하고, 풀필먼트 시설을 확충해 크로스보더 물류까지 진행할 예정”이라 전했다.
브랜디(대표 서정민)는 지난해 10월 이미 일본의 문을 두드렸다. 동대문 풀필먼트 인프라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헬피를 일본 시장에 그대로 적용했다. 소매 판매자는 브랜디 애플리케이션에 상품을 올리기만 하면 판매를 할 수 있고, 주문확인부터 상품사입, 상품화, 배송, 고객서비스(CS) 등은 브랜디가 지원하는 형태다. 브랜디는 일본 시장 안착을 위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내세웠다. 한국과 현지의 인플루언서들이 소매 판매자로 나서 K-패션을 일본에 소개한다는 식이다. 국내 고속성장의 배경이었던 ‘하루 배송’은 일본에서도 경쟁사들보다 30~50% 더 빠른 배송으로 정착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해외배송으로 상품을 받으려면 평균 7~15일이 걸리지만, 헬피에서 주문한 상품은 5~10일 이내면 도착한다.
동대문에 ‘디지털 DNA’를 이식한 두 업체가 첫 해외 진출지로 일본을 택한 것은 시장의 성장가능성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딜리셔스 관계자는 “일본 시장은 국내보다 10배 정도 큰 구매력을 갖고 있고, 아직 동대문과 같은 생산 및 유통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며 “소매 사업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의류를 소싱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플랫폼 기반의 자사가 진출하기 알맞은 시장이라 봤다”고 전했다. 일본 패션시장 규모는 100조원대로 추정되지만, 동대문처럼 디자인부터 제작·유통까지 일괄 처리되는 인프라가 없고 온라인 쇼핑 침투율이 낮은 편이다. 일본과 한국의 기후, 소비자들의 체형이 비슷하다는 점도 계절에 따라 상품이 빠르게 회전하는 동대문 패션에는 매력적인 요소다.
코로나19로 동대문의 ‘큰 손’이었던 중국 바이어들의 발이 끊긴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광저우 등에 동대문과 비슷한 형태로 주문·생산·유통을 모두 소화하는 시장이 형성되기도 했다. 동대문 도매사업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판매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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