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현대重과의 합병불허 가닥
이르면 금주 미승인 결정 발표
현대重, 인수무산 대비작업 돌입
포스코·한화·효성 등 후보 거론
유럽연합(EU)이 현재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에 대해 이르면 금주 미승인 결정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양사 합병시 액화천연가스(LNG)선 독과점에 따른 유럽 해운사 피해를 우려, 2년이 넘는 심사 기간 동안 세 차례나 결정을 유보해왔고 오는 20일 기한을 앞두고 불허로 최종 입장을 정했다는 관측이다. EU가 이같은 판단을 결국 내릴 경우 남은 한국과 일본의 당국 심사도 차질이 불가피해 사실상 인수가 무산된다. 이에따라 대우조선해양은 3년 만에 다시 새주인 찾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다.
EU 반독점당국은 양사의 인수합병을 불허할 예정이라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이 11일(현지시간) 밝혔다. EU의 담당 위원회는 ‘향후 며칠 안에’ 인수 승인거부 의사를 공표할 예정이라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EU는 이번 인수합병이 화물 선박 공급을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불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유럽에서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양사 합병이 액화천연가스(LNG) 수송 선박의 건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LNG 운반선 선사가 몰려있는 유럽을 대표하는 EU는 LNG선 시장이 독점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처럼 여러 국가에 발주처를 두고 있는 기업들 간의 결합은 다른 국적 기업과의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러 국가의 경쟁당국에서 복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이번 합병도 국내 뿐 아니라 EU, 일본, 중국 등에서 승인이 필요한 것이다. 기업결합심사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가 점차 늘면서 국가간 심사제도에 대한 조화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속도는 더딘 상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고 현재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에서 조건 없는 승인을 받은 상태다. 이번 심사의 ‘키’를 쥐고 있는 EU가 승인할 경우 나머지 한국, 일본에서의 심사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EU는 그동안 기약 없는 심사 유예 조치를 거듭했고, 인수 자체를 반대하는 EU 내부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지속 제기돼 왔다.
EU의 최종 결정이 결합을 승인하지 않는 쪽으로 날 경우 ‘자국 우선주의’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도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결정은 우리 조선산업 체질을 개선시킬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며 “원하지 않아도 조선산업이 국가 대항전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선박건조 시장에서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인수에 나선 현대중공업그룹은 사실상 인수 무산을 대비한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통상임금 판결 패소로 6000억~7000억원 가량의 지급부담이 생긴 상태에서 일단 재무적으로는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애초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 참여로 인수에서 나설 계획으로 필요시 1조원을 추가 투입, 최대 2조5000억원 가량의 ‘실탄’이 필요했던 상황이다.
더 급한 쪽은 대우조선해양이다. 결과적으로 3년의 시간을 허비할 위기에 처하게 된 가운데 산업은행 주도로 새 인수의향자 물색을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재 후보로는 지난 2008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무산됐던 한화가 거론되지만, 10여년 새 조선업 환경이 바뀌었고 미래산업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화 내부의 전략 차원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밖에 자체 사업과 시너지가 가능한 효성, 선박 제조 후판 등을 생산하고 있는 포스코, 재작년 한진중공업 인수를 추진하다 고배를 마신 SM그룹 등이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서경원·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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