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소 사건부터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
법조인들, “제도 안착에 오랜 시간 걸릴 것”
재판 지연 불가피…의도적 장기화도 나올 듯
“피해자들 법정 출석 상황 많아질 것” 우려
유죄 입증 어려워진 검찰, “영상녹화물 활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새 형사소송법이 시행됐다. 재판 및 수사 실무에서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에서 작성한 피신조서는 당사자가 재판에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 한정해 증거로 쓸 수 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범죄를 인정했더라도 재판에서 동의하지 않고 말을 바꾸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남긴 말들이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가 해당 규정을 올해부터 기소되는 사건에 적용하기로 부칙을 정하면서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 규정은 올해 1월 1일 이후 재판에 넘겨지는 사건에 적용된다.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을 비롯한 법조인들은 제도 방향 자체에는 공감한다. 재판이 충실해져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형사사법절차의 큰 변화란 점에서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도 이후 이른바 ‘사건 핑퐁’으로 불리는 반복된 사건 이첩과 수사기관 중복 수사, 사건 처리 장기화 등으로 여전히 실무에선 혼선을 빚고 있다.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면서 당장 형사재판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사자가 반박하기 어려운 물적 증거가 있는 사건이 아닌, 진술 위주의 사건에선 법정 다툼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발간된 ‘2021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 형사공판 1심 합의부의 구속 피고인 사건 처리 기간은 131.3일, 불구속 피고인은 194.2일이 걸렸다. 구속기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불구속 피고인의 경우 기소 이후 선고까지 평균 6개월이 넘게 걸렸는데 앞으론 훨씬 더 오래 걸릴 전망이다. 재벌, 정치인 등 재판이 길어져도 변호사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의 경우 재판 전략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장기화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사자가 피신조서를 동의하지 않으면 범죄 피해자들이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많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일상에서 비롯된 수많은 사건에서 일일이 피해자들이 법정에 나와 피해를 어떻게 입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한 대답은 준비돼 있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피신조서를 증거로 활용하기 어려워진 검찰로선 유죄 입증이 어려워진 만큼 공소유지 빈틈을 메우기 위한 돌파구를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 검찰은 피신조서를 적절한 방법으로 계속 활용하되, 대안으로 영상녹화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내에선 영상녹화물 자체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공감대가 오래 전부터 형성돼 있다. 조사 과정의 녹화 내용을 증거로 쓴다는 점에서 피의자에게도 인권친화적이고 녹화 자체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대검은 영상녹화물이 법정에서 독립된 증거로 쓰일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개정 노력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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