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석 광장 변호사 얘기 들어보니...
외국보다 공정거래법 위반 처벌범위 넓어
민사 구제수단 활성화...디스커버리 도입을
“궁극적으로 공정거래 영역에서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해야지, 형사처벌을 자꾸 강화한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는 게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법무법인 광장에서 공정거래그룹장을 맡고 있는 이인석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과도한 형벌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형사처벌 범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고법을 마지막으로 23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고 올해 3월 광장에 합류한 이 변호사를 13일 서울 중구 광장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변호사는 외국의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범위가 한국보다 제한적이고 예외적이라고 했다. 그는 “독일이나 EU(유럽연합)의 경우 형사처벌을 규정하지 않고, 미국은 우리보다 형사처벌 범위가 좁다”며 “한국처럼 전속고발제가 있는 일본의 경우 비교적 폭넓게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일본 공정취인위원회(公正取引委員 )의 연간 형사고발 건수가 한국보다 월등히 적다”고 설명했다. 일본 공정취인위원회 통계를 보면 1년에 1건의 고발이 있을까 말까인데, 지난 6월 한국의 공정위가 발간한 ‘2020 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고발 건수만 37건이다.
이 변호사는 외국과 비교해 형사처벌 범위가 넓은 이유로 과태료에 의한 금전적 제재나 시정명령만으로 충분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여긴 입법적 판단이 법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정거래 위반행위에 대한 피해 구제가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가 형벌권을 통해 만족감을 얻으려는 동기가 시스템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공정거래 위반행위에 대해 거의 예외없이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며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로선 임무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재량을 행사하기보다 고발을 하는 쪽으로 선택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형벌의 최후수단성과 외국 입법례 등을 고려해 현재 광범위하게 설정된 형사처벌 범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범죄란 건 어느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 바로 알아서 그 예방효과가 있어야 한다”며 “기업의 입장에서 범죄인지 아닌지 모르다가 나중에 정리·분석했더니 공정거래법 위반인데 형사처벌도 된다 이러면 문제”라고 했다. 이어 “기업들이 알고서 가격을 짜맞추기로 하는 담합(부당공동행위) 같은 경우 처음부터 범죄행위라는 것을 안다는 점에서 이런 부분은 형사처벌 영역으로 남겨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며 “우리보다 형사처벌 범위가 좁은 나라들에서도 담합은 형사처벌을 한다”고 말했다. 흔히 ‘경성(硬性) 카르텔’이라고 불리는 담합 정도만 형사처벌 대상으로 두고 기업결합 행위, 불공정거래 행위,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 등은 비범죄화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민사적 구제수단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후수단성을 고려해 형사처벌 범위를 줄이되,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늘리는 방향으로 공정거래 위반행위를 실질적으로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집단소송제와 디스커버리로 불리는 소송 전 증거조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민사사건이 형사화되는 이유 중 하나가 증거 확보 문제에 있다”며 “디스커버리를 도입하면 꼭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치지 않아도 필요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집단소송제와 관련해선 “예를 들어 담합 사건의 피해자가 수천, 수만명일 경우 집단소송을 통해 한꺼번에 할 수 있게 되면 굳이 형사처벌로 가지 않아도 실질적인 구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대용·박상현 기자
dand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