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 vs “법조인 문호 개방”

李 발언에 관련단체들 찬반 성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사법시험 부활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사시 재도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재도입 추진이 현실화될 경우 법조계를 비롯해 법학계, 로스쿨 등 이해 당사자들은 물론 사회 전반의 의견 대립이 재현될 전망이다.

잠잠했던 사시 부활론이 본격적으로 재점화된 것은 여당 대선후보인 이 후보가 거론하고부터다. 이 후보는 지난 5일 전북 이동 중 유튜브 라이브에서 “사법시험도 일부 좀 부활했으면 좋겠다”며 “로스쿨은 그냥 두고 일부만 사법시험 해서 중·고등학교 못 나온 사람도 실력 있으면 변호사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되지 않을까 싶긴 하다”고 말했다. 로스쿨 도입으로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학위자만 응시할 수 있는 변호사시험은 올해로 10년째 시행됐다.

이 후보의 ‘사시 부활’ 언급은 여당 대선후보의 공개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곧바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 당선시 정권 초기 추진력에 더해 현재 과반을 훌쩍 넘는 여당 의석수를 감안하면 실체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발언 이튿날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은 성명을 내고 “사법시험 부활은 과거로의 회귀”라며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법조인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도 8일 “시대착오적인 고시제도 부활 공약을 철회하라”며 반대 성명을 냈다.

기존 법조인 선발 제도인 사시를 존치할 것인지 문제는 로스쿨 도입 추진 때부터 이어진 오랜 논쟁이다. 변호사 업계를 포함한 법조계와 법학계 내에선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결국 2017년을 마지막으로 사시는 폐지됐다. 하지만 로스쿨을 통한 변호사시험으로 법조인 선발 시스템이 일원화 된 후, 로스쿨에 가지 않고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사시 부활 주장이 이어졌다. 하지만 로스쿨은 사시와 현행 변호사시험 제도가 병행할 경우 ‘고시 쏠림’현상으로 현행 로스쿨 제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반면 대한법학교수회는 8일 “국민들은 죽은 사법시험이 ‘신(新)사법시험’으로 부활하기를 원한다”며 환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출신 김한규 변호사는 “법률가가 될 수 있는 문호를 개방한다는 측면에서 사법시험 부활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다만 먼저 전제돼야 하는 것은 일본식의 예비시험과 사법시험은 전혀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논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로스쿨 제도와 별개로 예비시험이란 제도를 두고 있는데, 예비시험에 합격하면 사시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런데 제도 취지와 달리 로스쿨생들이 예비시험을 통해 사법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그로 인해 일본의 로스쿨 제도가 붕괴됐다는 평가가 많다.

앞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2014년 로스쿨을 다니지 않은 사람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박 전 장관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를 언급하며 이 후보의 사시 부활론에 힘을 싣기도 했다.

반면 당장 사시 부활을 거론하는 것보다 현재의 로스쿨 제도 문제점을 살펴보는 일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유능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통로를 로스쿨로만 국한하는 바람에 (법조인 선발) 통로가 제한되는 것이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것인지부터 검토를 해야 될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로스쿨 교육의 현황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사법시험을 부활한다 했을 때 그에 따른 법조인 선발 인원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냥 일부 부활하겠다고 말만 내뱉어 버리면 굉장히 무책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우 가천대 법대 교수는 “사시가 부활하냐 마느냐보다 어느 정도 자격을 가진 사람을 연간 몇 명 배출할 것인지에 관한 얘길하는 게 먼저”라며 “로스쿨 제도의 원래 도입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용·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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