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칼 부림 사건 현장 이탈부터, 서울 중구 신변보호 여성 피살까지 연이은 경찰의 미흡한 현장 대응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불똥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까지 튀었다. 기본적인 현장 대응조차 제대로 못하는 경찰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것에 대해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23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경찰의 실책 이후 시민들은 물론 경찰 내부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다시 새어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는 관계에서 벗어나 상호협력관계로 권한이 강화됐다. 검찰만 가지고 있던 수사 종결권이 경찰에게도 부여됐으며, 검찰의 수사 범위도 제한됐다.
직장인 강현준(36) 씨는 “현행범을 보고 놀라 도망가는 경찰, 도움을 요청한 시민도 찾지 못하는 경찰이 수사권을 강화해봤자 어떤 기대를 할 수 있겠느냐”며 “검경 수사권 조정이 된지 1년이 됐다고 하는데, 성과는 무엇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이혜미(36) 씨는 “정당방위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대한민국에서스스로 몸을 지키기도 어려운데, 경찰마저 의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일선 지구대에서 일하는 한 경찰관 A씨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업무가 늘어나 경찰들은 수사 부서 배치를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이유도 내심 이해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사경과자가 전년 대비 1777명 줄었다. 수사경과자란 수사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전문 수사 인력으로, 시험을 통해 선발된다. 그만큼 전문 수사인력이 줄고 있다는 의미다.
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변호사 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환경이 더 나빠졌다고 답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검경 수사권 조정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이유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했지만, 현실 조건과의 괴리로 인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심층적인 조직 내부진단과 조직문화 개편 등을 통해 공권력을 강화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채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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